이번엔 실제 상황이다!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북한특수부대 애들이 잠수함을 타고 동해로 침투해 들어온 일이 있었다. 한바탕 난리가 났고 우리측 군인, 민간인 피해도 꽤 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 예비군으로 동원되어 동해(시) 지역에서 작전(?)에 참가했다. 휴학하고 알바를 하다가 잠시 일없이 지내던 때였던 것 같다. 잠수함 침투 소식이 들렸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연락이 왔다. 내려와야 된다고.
동사무소에서 K-2소총과 실탄을 받았다. 원통곽에 담긴 수류탄도 받았던 것 같다. 진도개 하나(일종의 국지전 상황)가 발령된 상태니 실탄지급은 당연했다. 그러나 동사무소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교나 직장 때문에 서울이나 다른 지방으로 나갔던 또래들이 모인 것이다. 그러니 소총을 받아든 예비군들은 삼삼오오 동네에서 술자리를 벌였다. 나는 친구와 우리집에 와서 술을 마셨다.
당시 저녁 8시 이후는 통행금지였다. 썰렁한 도시에 어쩌다가 지나다니는 사람은 군복입은 예비군들이었다. 동네 호프집 등에는 예비군들이 가득했다. 지급받은 소총과 실탄은 각자의 타 트렁크에 실어놓거나 들고 다녔다.
나는 친구와 술마시다가 뻗어서 그 다음날 점심때가 될때까지 잤다. 점심때 쯤 총을 챙겨서 어슬렁 어슬렁 동사무소로 나갔더니 예비군 중대장이 노발대발 난리가 났다. 영창보낸단다. 그런 중대장에게 개기기도 하다가 꼬리를 내리기도 하다가 아무일 없이 넘어갔다.
그러나 그렇다고 마냥 전쟁과 무관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밤에 해안에서 근무를 섰다. 혹시 이리로 북한군 애들이 타나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섬뜩해지기도 했다. 낮에 경계근무랍시고 강둑에 나가 있기도 했다. 친구들과 있다가 근처 어디어디에서 전투가 있었다라든가, 공비가 지나간 흔적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밝은 대낮이었지만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전시의 후방 지역은 대개 이럴 것 같다. 전쟁과 일상이 오가고 두려움과 평온함이 엇갈릴 것이다. 그러다가 전투가 벌어지는 극한의 공간이 되기도 할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전쟁이나 전투 상황에 대한 소식이 자주 들린다. 내 기억을 꺼내보게 된 이유일 것이다. 외국에서 들리는 총기사고, 테러들 그리고 끊이지 않는 전쟁 관련 뉴스들이 쏟아진다. 국내에서는 전쟁에 대해 너무나 가볍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 가운데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 절대. (*참전(!)까지 했는데 겨우 그 다음해 예비군 훈련 한번만 면제 시켜줘서 그런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