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

2024년 08월 16일

기억하는 것과 기억하지 않는 것

우리가 어떻게 정보를 인식하고 기억하는지를 보여주는 몇가지 실험이 있다. 앤더슨, 피커트(1978) 두 아이가 집안을 돌아다니는 장면을 묘사하는 걸 읽게 했는데, 그 아이가 ‘도둑’이라고 생각한 그룹은 보안시스템이나 비싼 물건 같은 정보를 더 잘 기억했고, ‘집 매수자’라고 생각한 그룹은 집의 구조적 특징을 더 잘 기억했다는 것이다. 브랜스포드, 존슨(1973)어떤 문장을 읽게하고 그 문장이 ’40층에서 평화행진을 지켜보기’라는 제목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을 때 문단의 세부사항을 더 잘 기억했다. 이렇게 우리가 외부 세계를 받아들일때 사고의 틀이 되는 걸 도식(Schema)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특정한 도식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그에 맞는 것들을 위주로 받아들이고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일종에 뇌가 최대한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인가도 싶다. (전문연구자가 아닌 입장에서 일단 […]
2024년 06월 20일

기억과 이야기

좋은 이야기는 기억에 남는다. 영화의 인상깊은 장면이 떠오를 수 있고, 드라마의 어떤 에피소드에서 내가 느낀 슬픈 감정이 기억 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이야기 속 모든 것들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기억에 남고 어떤 것은 그저 스쳐지나갈까? 이야기를 보고 들을 때 우리의 기억이 작동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지심리학에서 기억을 좀 더 세분한다. 연극을 한편 보고 있다고 하면, 이런 경우가 있다. “철수가 사생아였어? 아~ 그래서 철수가 그랬었던거구나~” “영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렇게 얘기했잖아, 그 대사 못들었어?” 그 대사를 못들었을까? 들었다. 청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배우의 대사는 감각기억으로 잠시 저장되었다가 단기기억으로 저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작업기억 단계 즈음에서 의미있는 […]
2024년 06월 02일

연극 [비와 고양이와 몇개의 거짓말] 그리고 이야기

시간은 자정을 넘었다. 둘 만 남은 술자리에서 후배와 시시콜콜 이야기가 길어졌다. 실패한 연애사부터 가까운 사촌어르신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집안의 가족력까지.‘너 안가니?’속으로 가끔 이 말이 나왔지만, 듣었다. 그리고 또 나도 말했다. 필립스스마트전구가 만들어낸 무대조명같은 분위기 아래에서 이야기는 깊어져 갔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우린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걸까?’ 3월초에 본 연극 <비와 고양이와 몇개의 거짓말>이 떠올랐다.후타로라는 인물의 생일날 벌어지는 이야기다. 60세 생일을 시작으로 어린 시절과 생의 몇몇 지점의 생일날이 교차된다. 그저 생일날 벌어진 일들을 보여줄 뿐 흔히 말하는 ‘극적인 사건’이 없다. 그런데 후반부로 가면서 울컥 울컥 마음을 움직인다.뭐지? 이 연극?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흔한 가족사일 수 있는데 왜 나는 눈물을 글썽이는가 말이다. 연극 […]
2023년 08월 04일

미친듯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우리들

일단 이 영상을 보자. 이 영상을 보면서 머리 속으로 무슨 일이 있어 났는가? 사람인 이상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받아들인 것들을 바탕으로 자동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저 삼각형과 원이 무어라고 거기에 이야기를 짓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미친듯이 이야기를 지어낸다. 이야기를 지어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만 갖고는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는 건 아니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는 이상 나도 모르게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야말로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다. 감정도 만들어낸다. 큰삼각형에게 몰린 원을 보며 긴장과 불안을 같이 느낀다. 감정을 드러내는 얼굴 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불안감을 느낄 구체적인 사건이나 상황이 주어지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감정을 만들어낸다.  어떤 대상이든 의인화하고 감정이입하는 경향이 있다. 고작 삼각형과 원의 움직임에도 […]
2013년 03월 03일

영화 [베를린]을 보고

  (스포일러 있음) 재밌다. 상업영화로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하정우는 북한 특수공작요원으로 남북한을 수십차례 넘나들며 광화문 어느 빌딩 자판기커피가 맛있는지 잘 알고 있을듯하다.   전지현은 미모가 너무 빛나는게 흠이지만 힘을 빼고 던지는 대사들은, 결혼하면 자연스래 연기가 늘 것라는 생각을 들게하여 미혼 여배우들의 결혼연령을 낮추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석규와 이경영은 각자 갖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에 맞는 배역들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스마트폰에 손을 댈 여유를 주지 않을 만큼 러닝타임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류승완 감독의 연출력도 훌륭하다. 다만 <베를린>이기에, 인천, 광주도 아니고 <베를린>이기에 아쉬움이 남는게 몇가지 있다. 스파이, 액션물로 <베를린>이 나쁘지 않지만 새로운건 없다. 굳이 베를린을 무대가 되고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남한과 […]
2013년 01월 11일

Somewhere Over the Rainbow

The Wizard of Oz(1939) Judy Garland – Over the Rainbow 1955 Connie Talbot. 노래는 1분 40초 부터 Eric Clapton – Somewhere Over The Rainbow(LIVE) Over the Rainbow/Simple Gifts (Piano/Cello Cover) – ThePianoGuys Ben Webster (Tenor Sax) Norah jones Keith Jarrett ;피아노 연주 Impellitteri 정성하 – 우크렐레 연주 소녀시대 박지민 -K팝스타
2009년 12월 26일

영화 ‘하나 그리고 둘’ 중에서

제일 마지막부분에서 ‘양양’이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드리는 글, 할머니, 죄송해요 할머니와 말하기 싫었던게 아니에요 내가 얘기할 일들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할머니는 이미 알고 있는 얘기였어요 그리고 할머니는 항상 남들 말에 귀 기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사람들은 모두 할머니가 멀리 가실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어디 간단 말 하신적 없잖아요 전 할머니가 가실 장소를 제가 알아내길 원하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할머니 전 아는게 적어요 제가 크면 뭘하고 싶은지 아세요? 사람들에게 그들이 모르는 일을 말해 주고 싶어요 사람들이 볼수 없는걸 보여 주고 싶어요 무척 재밌을 거에요 아마 어느날. 전 할머니가 가신 곳을 알아낼지도 몰라요 그럴수 있게 되면 할머니를 만나러 그들을 데려가도 될까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특히 […]
2009년 12월 06일

OSMU라는 말의 허상

제목을 보고 들어왔다면 아마 OSMU라는 말이 무엇의 약자인지 알 것이다. 94년 즈음인걸로 기억하는데, 어느 강의에서 ‘컨텐츠’, ‘원소스멀티유즈’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시간이 지나서 최근. 아는 사무실에 놓인 기획안들을 호기심에 들춰보다보면 OSMU라는 말이 어김없이 들어가 있다. 그것도 One Source, Multi Use라고 풀어쓰는게 아니라 그냥 OSMU라고 쓰여 있다. 이게 무슨 보통명사가 되버린 듯 하다. 그만큼 업계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도 컨텐츠에 대한 논의가 퍼진것 같은데 사실 이런 상황, 좀 웃기다. 뭐냐면 OSMU라는 말을 쓸때 강조되는 것은 MU쪽이다. 그래서 OSMU라는 말을 쓰는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어떨까? OS? 별로 신경안쓴다.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등 컨텐츠 관련 회사 중에 돈을 좀 쥐고 흔드는 곳 중은 좋은 원소스를 개발하는데 별로 공을 안들인다.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