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보다보면 대사가 너무 안들린다”는 얘길 한다. 예전에 브라운관TV시절에 비해 기술적인 조건은 훨씬 좋아졌을텐데 어찌된 일일까? ‘ 한번 둘러봐야겠다.
일단, 우리는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다.’ 사람의 인지구조 자체가 그렇게 생겨 먹었다. 아래 예시처럼 뒤죽박죽된 글자들도 찰떡같이 무슨 말인지 안다.
Aoccdrnig to a rseearch taem at Cmabrigde Uinervtisy, it deosn’t mttaer in waht oredr the ltteers in a wrod are, the olny iprmoatnt tihng is taht the frist and lsat ltteer be in the rghit pclae. The rset can be a taotl mses and you can sitll raed it wouthit a porbelm. Tihs is bcuseae the huamn mnid deos not raed ervey lteter by istlef, but the wrod as a wlohe.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지는는 중하요지 않고, 첫 번째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는 것이 중하요다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망창의 순서로 되어 있라을지도 당신은 아무 문제 없이 이것을 읽을 수 있다. 왜하냐면, 인간의 두뇌는 모든 글자를 하하나나 읽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하식기 때이문다.
– 출처를 찾아보니 나무위키에 해당 항목이 있다.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
일상의 대화를 들여다보면 발음이 엉망인 경우가 많다. 아나운서가 아닌 이상 대부분은 또박또박 발음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는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우리는 대화의 맥락을 우선 파악하고 그 맥락에 따라 상대방의 말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안들리는 건 맥락에 따라 ‘대충 때려 맞쳐서’ 듣는다.
반대로 말을 너무 또박또박 끊어서 한다고 생각해보자. 글로 쓰자면 아래와 같이 말이다.
나 라 말 이 중 국 과 달 라 문 자 간 에 서 로 뜻 이 통하지 않 아 어 리 석 은 백 성 이 알 리 고 자 하는 바 가 있 어 도 그 뜻 을 펴 지 못 하 는 사 람 이 많 다
발음을 이렇게 하면 오히려 전체적으로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알기가 어려울 수 있다. 대화에서는 한 음절 음절의 발음보다 대화 전체의 맥락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전략이 더 중요하다. 대사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가 이렇기 때문에 오히려 배우가 또박또박 발음하면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다. 최근엔 극사실적인 연기를 지향하는 추세라 배우들도 일상의 대화를 따라 가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
아니 그러면 배우들이 거지 같이 발음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된다는 얘기냐? 그건 아니고, 내 얘기는 발음 문제를 둘러싼 여러가지 측면을 한번 살펴보자는 거다.
제작 현장을 보자. ‘할리우드에 비해 사운드 기술이 떨어진다’ 는 얘기도 하지만 요즘이 어느 시절인데 그런 기술적 문제가 크게 작용할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가청주파수 대비해서 대사가 차지하는 주파수 영역은 넓지가 않아서 기술적인 차이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또한 보는 사람들의 기기 환경이 문제가 될 수 있기도 하니 기술적인 건 일단 접어두자.
대사 인지와 관련해서 중요한 포인트는 제작진과 시청자(관객) 사이에 인지적인 갭이 있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면 ‘제작자는 이미 아는 얘기지만, 시청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는 것이다. 감독을 비롯한 제작 현장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야기의 전체 맥락을 알 뿐만 아니라 대본도 몇번씩 본 사람들이지만 시청자는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시청자는 이야기가 흘러가는 실시간으로 대사를 캐치해야 하는 조건에 놓여있다. 앞서 대사를 듣는 인간의 인지적인 작동 방식을 생각해보면, 맥락을 하는 제작 스태프는 들렸을지 모르는 단어가 관객들에게는 안들릴 수도 있다. 일상의 대화처럼 맥락에 따라 들리지 않아도 무방한 대사의 부분은 흘려 들어도 되겠지만 이야기의 이해를 위해 꼭 들려야 되는 대사는 들려야 된다.
뭐 또, 이렇게 얘기하자면 제작진의 잘못이냐고 하겠지만, 제작진은 대게 이런 점을 알고 있어서 제작 과정에서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는 한다. 어쨋건 제작진과 시청자 사이에 인지적인 갭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접하는 매체 환경은 과거에 비해 월등히 좋아졌다. 가정에는 큼직한 TV와 사운드바가 있고,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쓴다. 대사 전달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그런데 대사가 안들린다고 한다. 제작파트에서 대사와 관련된 누군가의 책임일 수도 있을텐데, 한편으로는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려워진 환경이 된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시정지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굳이 지금 몰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기도 하고, 조금 안들리는 부분도 되돌아가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이야기 맥락에 따라서는 굳이 정확하게 안들려도 되는 부분까지 다시 보게 해서, 전체적으로는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일상의 대화에서도 흐름을 타고 쭉 얘기하는 걸 자꾸 끊으면 대화의 재미가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은가.
들리는 건 들리는 대로 안들리는건 안들리는대로 이야기에 몰입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