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된 영상을 볼때 ‘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대개는 연속된 동작이나 상황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된 중간 부분을 잘라내서 일정시간 ‘점프’한 경우이거나 갑자기 연결성이 없는 영상이 이어지는 경우다. 왜 이런 느낌이 들까?
‘뇌는 예측기계다’라는 관점으로 보면 ‘튄다’는 느낌은 뇌의 예측 실패에서 오는 일시적인 혼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적인 시각 경험을 생각해보면 대개의 경우는 연속성을 갖는다. 나를 둘러싼 풍경들은 시선을 돌리는 것에 따라 이어져 있고 사람이나 자동차는 가던 방향대로 간다. 그런데 영상은 다른 시간과 상황의 것들을 임의로 이어붙였기 때문에 튀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 뛰어가는 장면을 장면을 보자. 앞 장면에서는 화면 상으로는 오른쪽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뇌는 미리 이 사람이 오른쪽으로 갈 거라고 예측하고 시각 정보를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대개의 경우 다음에도 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고 이게 인지 효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운전을 할 때 매번 모든 방향을 다 확인하는 것보다 우선 이동하는 것을 전제로 주변의 시각정보를 확인하는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런데 컷이 바뀌면서 갑자기 왼쪽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이 사람은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상황이지만 카메라가 반대 방향으로 넘어가면 화면 상으로는 왼쪽 방향으로 달리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게 되면 오른쪽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측했던 인지 체계가 일시적인 혼란이 생기고 재정비가 필요하게 된다. 튄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려면 ‘180도 법칙’*을 지키라고 한다. 편집을 고려해서 현재 찍는 방향에서 다음 컷은 180도를 넘어가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물은 ‘튀는 느낌’이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게 다양한 기법으로 촬영하고 편집한다.
- 어떤 한 동작을 이어서 연결한다.
- 시선 방향을 고려해서 그 방향의 대상으로 연결한다
- 카메라가 이동하는 방향을 고려해서 연결한다.
- 음향이나 음악에 맞춰 연결한다
- 유사한 형태의 시각 요소들로 연결한다.
- 등등
이런 것들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이돌 그룹 팬들이 만든 교차 편집 영상이다. 여러 음악 방송 영상들을 오가기 때문에 무대와 의상들이 다르지만 ‘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안무와 카메라 이동 등을 고려해서 편집했기 때문이다.
이 교차편집영상에서 일관되게 연결되는 것은 음악과 안무다. 특히나 안무는 시각 요소 안에서 시선이 가는 주요 시각 영역이 된다. 여기서 다시한번 확인해야할 것은 우리 눈과 뇌는 매순간 모든 장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것이다. 아니다. 받아들이지 못한다. 오징어 보다 못한 눈과 처리 용량에 한계를 지닌 인지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요 시각 영역 이외의 영역은 대충 처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차 편집 영상에서 주요 시각 영역이 아닌 시각 영역들은 부차적으로 처리하게 되고 우리는 무대도 바뀌고 의상도 바뛰었는데 튄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가지고 우리 뇌의 인지 체계를 다시 요약해보자. 우리 뇌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예측 기계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눈과 뇌의 이런 한계와 정보처리 방식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의 영상물과 연극, 뮤지컬 등등 모든 시각 예술과 공연들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튄다는 느낌만 주지 않으면 스토리상 시간이 연결되거나 공간이 연결되지 않아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니까 말이다. 특히나 마술 공연은 이런 눈과 뇌의 특성을 가장 잘 이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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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경우는 180도를 넘어가도 된다. 예를 들어, 혼란한 상황을 표현하거나 이어지는 컷이 시간이 경과한 경우이거나 이야기의 맥락이 바뀐 경우 등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