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대부분 잘 읽힌다. 일부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흥미진진하다. 소설 공장이다 싶을 정도로 작품을 끊임없이 내놓는데도 여전히 잘팔리는 그 만의 비결? 뭘까?
‘미스터리’가 그 해답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범죄물이 아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나 <삼나무의 파수꾼> 같은 작품도 해결되지 않은 수수께끼를 던져놓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아마도 그래서, 궁금증을 가지고 소설을 계속 읽게 만든다. 궁금증, 그러니까 설명이 안되는 불확실한 부분을 반드시 메꿔야 하는 뇌의 작동 기제가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한가지 동력이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 이후로 이런 미스터리함을 멜로물에서도 극적 장치로 종종 사용된다. 범죄물이나 스릴러물이 아닌데도 말이다. 한쪽에서 알콩달콩 사랑하는데 주변에선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대개는 <동백꽃 필 무렵>에서 처럼 여성 주인공을 둘러싼, 여성이 느끼는 불안감이나 공포를 극적으로 반영한 것이지만 요즘은 조금 과하게 일종의 트릭으로만 사용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지루하면 죽는다>라는 책을 발견했다.(제목 한번 잘 뽑았다!)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까 싶었는데 만족스럽지 않다. 미스터리, 모호함, 예측불가능한 캐릭터 등과 같은 미스터리의 요소들을 나열하는데 정작 궁금했던 왜, 어떻게 ‘미스터리’가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되는 책은 아니다. 그래서 뭘까 내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다가 얼마전 읽었던 <미학의 뇌>에서 ‘선호,욕망,학습’ 장에서 밑줄 그어놓았던 부분이 실마리가 될 것 같다.
우리 뇌의 보상시스템은 좋아하는 것(즐거움)과 원하는 것(욕구)으로 구별된다. 즐거움은 오피오이드, 칸나비노이드 수용체로 추진되고 욕망은 도파민에 의해 추진된다. 특히, “도파민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보상이 클 때 기준치를 넘어 점화를 늘리고, 보상이 기채한 것보다 적을 때 점화를 줄인다.”
이런 보상시스템을 이야기에 적용해보면,
- 책이든 드라마든 그 이야기를 계속 보게 하려는 욕구가 필요하다.
- 욕구을 촉발하는 어떤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미스터리이다. 그 외에도 성적인 요인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 이야기는 전개되면서 미스터리가 촉발한 욕구는 지속될 것이다.
- 이야기가 풀려가는 과정에서 즐거움 또한 지속적으로 이야기에 몰입하는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다.
- 미스터리 하나가 해결되고 그것이 우리의 예측을 뛰어넘을때 도파민이 더 점화되면서 또다시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 이야기는 즐거움과 욕구의 두가지 보상시스템이 적절히 작용하도록 짜여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끝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면 어찌되었건 완결되지 못한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대략 이런게 아닐까 추측해보는데 이 문제에 정확한 답이 될만한 건 더 찾아봐야 할 듯 하다.
어쨋건 ‘미스터리’는 이야기의 동력 중 가장 힘이 센 엔진임은 분명하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 한가지. 모호함이라던가 불확실성 같은 것은 의도된 것이어야 한다. 간혹 뭐가 뭔지 모를 이야기를 들고와서 마치 그것이 의도된 것처럼 말할때가 있으나 의도된 모호함이란 적어도 오만가지 갈래로 열린게 아니라 이야기안에서 최소한의 갈래로만 열어놓은 계획된 모호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