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을 다시 봤다. 재미있는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의문이 들었던건 곧 은퇴할 형사… 역할 이름이…. 네이버 영화를 찾아보자… 윌리엄 소머셋 형사. 모건 프리먼이 연기했던 그 형사 역할을 왜 넣었을까하는 점이다. 일주일 후면 은퇴한다던 형사 아저씨는 왜 계속 신참형사를 계속 돕고 있는가 말이다. 어찌보면 주인공은 그 노장 형사같기도 할 정도로.
아마도 시나리오 작가( 앤드퓨 케빈 워커 Andrew Kevin Walker)는 <세븐>의 첫번째 드래프트에서 이 역할이 없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연쇄 살인범을 쫒아가는 이야기에서 굳이 형사가 두명일 필요가 뭐가 있냔 말이다. 인간의 일곱가지 죄악에 대한 메세지를 전한다며 기괴한 형태로 살인을 하는 미친 살인마를 쫓는 열혈형사가 사건을 풀어가고 마지막엔 결국 형사는 살인마가 계획한대로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게 된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형사는 한명이면 족하지 않은가?
생각해보자… 음…
일단 노장 형사는 사건을 쉽게 풀어가게 만든다. 젊은 형사 혼자 놔뒀다면 미제 사건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MTV선정 ‘1996 최고의 악당상’에 빛나는 연쇄살인범(케빈 스페이시 분)의 쌩뚱맞은 살인행각을 베테랑 형사가 아니면 어찌 쫓아갈 수 있겠는가. 노장 형사는 곧 은퇴를 하게 되어 더욱 미련이 남는 것인지 연쇄 살인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만한 것들은 찾는다. 사건현장을 다시 찾아 신참 형사가 찾지 못한 증거를 찾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범인의 범행동기의 배경이 될만한 책들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신참 형사에게 던져준다.
노장 형사는 차분하고 냉정하다. 신참 형사가 뜨거운 피 답게 흥분하며 사건 현장을 들쑤시고 다니지만 노장 형사는 침착하게 증거들을 수집한다. 결국 신참 형사는 마지막씬에서 살인범이 자신의 아내를 살해했다는 것을 알고 분에 못이겨 결국 살인범의 계획대로 살인범을 쏘고만다. 이야기는 마지막을 위해 달려간다고 봤을때 신참 형사가 치밀하고 이성적인 성격의 사람이라면 살인범을 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일곱가지 죄악은 완성되지 않고 이야기는 종결될 것이다.
그래서 보자면 <세븐>에서는 인간이 가지는 두가지면을 두가지 인물로 나누어 놓았다고 하는게 좋을 것 같다. 대게의 경우 한사람의 주인공과 그 반대인물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심이 되지만 <세븐>은 주인공에게 역할을 나누어 놓았다. 그래서 하나의 사건에 대한 두가지 행동방식을 보여주기도 하고 내면이 다른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뭐 딱 부러진 답은 안된 것 같긴 하지만 나름대로 답을 한번 찾아보았다.
자칫 뻔할 것 같은 연쇄살인극에 색다른 맛을 더하는 방법이었다고나 할까.
물론 데이빗 핀처와 다리우스 콘지가 만들어내는 영상은 두말할 것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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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까지가 비공개로 놓고 썼던 내용이다. 써놓고 보니 이런 류의 형사 콤비는 스릴러물에서도 자주 쓰인다는 것이 생각났다. 별걸 아닌걸 갖고 호들갑이었나?
보는 내내 두 형사 콤비라는 설정의 상투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은 영화 <세븐>의 여러 장점들과 더불어 두고두고 언급되는 스릴러물이 되게 한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