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검색하다가 우연히 우석훈의 블로그를 보았다. 그는 한 글에서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를 대학생 스펙경쟁이 정지된 곳’ 이라고 언급하며 신기해했다. (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http://retired.tistory.com/650 )
현지조사 혹은 답사라고 부르는, 매년 봄, 가을에 한 지역을 정해 삼박사일동안 사오명 조를 지어 현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듣고 자료도 수집하는 그런 자리에, 올봄에는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와 같이 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아마도 그런 자리라 스펙쌓기와는 무관한 일에 열심인 학생들의 모습이 더 부각되었을 것이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후배들도 스펙경쟁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전반적인 학과의 분위기에는 동의할 수 있을 듯 하다. 다른 인문학 관련학과들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주말에 학교에서 만난 후배들의 모습도 그랬다. 유네스코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페루에 가게 되었다며 밤늦도록 도서관에 있으면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녀석, 지난 봄 강화도 현지조사 때 찍은 사진들로 사진전을 하려고 하는데 다들 바빠서 도와주는 애들이 없다며 투정부리는 녀석, 인류학개론 수업 과제때문에 모여 속닥거리던 아이들.
그러고 보면, 대학이란게 스펙을 쌓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곳이 아닌데 스펙경쟁이 보이지 않는다며 신기해하는 것도 참 신기한 노릇이다.
나야 스펙이 별 의미없는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요즘 드는 생각은, 중요한 건 스펙이나 연줄 등등 같은 게 아니라 내 삶과 세상에 대한 통찰이랄까… 뭐 그런 것들(?)이란 것이다. 그래서 조금씩 인문학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기도 하고, 내 나름의 주제들을 차근차근 탐구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번 주에 권헌익 선생님이라고, 박사과정에 있는 후배의 말을 빌리자면, ‘문화를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하신 분’의 특강이 있다고 하는데 그게 어떤 것인지 한번 들어볼 생각이다. 물론 이게 먹고 사는 문제와 상관없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