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북 파일을 뒤적이다가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한 챕터를 읽었다. 1930년대에 있었던 중국 홍군의 대장정에 관한 부분이다. 하 수상한 시절 탓에 눈에 들어온 한가지가 있다.
홍군이 대장정 과정에서 농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실시한 것 중 여덟가지의 규칙이 있다. 옮겨보면,
- 민가를 떠날 때 문짝을 제자리에 걸어둔다.(*중국 문짝은 떼어서 임시 침상으로 쓸 수 있었다)
- 잠잘 때 쓴 짚단은 묶어서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 인민을 예의 바르고 정중하게 대하고 할 수 있으면 무슨 일이든 도와준다.
- 빌려 쓴 물건은 반드시 돌려준다
- 부서진 물건은 바꾸어 준다
- 농민들과는 정직하게 거래한다.
- 구입한 물건은 반드시 값을 낸다.
- 위생에 관심을 쓰고 특히 변소는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들어 민가에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홍군은 대장정 중에 지주의 땅을 빼앗아 농민에게 나누어주는 토지강령 같은 것들도 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행동 지침이 없었다면 상당부분 인심을 잃었을 것 같기도 하다. 거창한 일들도 중요하겠지만 상대방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배려하는 모습, 상대를 위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홍군을 지지하게 된 농민들은 묻어두었던 곡식도 내어주고 백군의 이동에 대한 정보도 알려주었고 유격대로 자원해서 나서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농민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이념을 중국 땅에 실현할 수 있었다.
앞으로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이 해야하는 것은 어쩌면, 거창한 일들이 아니라 자그마한 피해라도 없게 배려해주는 것, 똥누는 자리를 가리는 것 같은 것들이다. 마음을 얻는 것이 우선이다.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꿈꾼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 이런 것들 외에 중국 공산당이 대장정 과정 중에 농민의 지지를 이끌어낸 다른 요인들도 많은데 지금 이 시점에서 시사하는 것들이 많을 듯하다. 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