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나 캠코더에서 이미지가 만들어지기위해서는 적절한 빛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빛이 들어오는 길목의 폭을 조절하는 조리개와 빛이 들어오는 시간을 조절하는 셔터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앞서 그런 기계 장치들이 어떠한 조형적 특징을 만들어내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 포스트에서 다룰 감도까지 하면 카메라에서 빛을 조절하는 3가지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름카메라에서는ISO 100, 400 등으로 표기된 감도 특성을 지닌 필름을 선택하면 되고, 디카로 넘어오면서는 이것을 이어받아 ISO를 조절하는 버튼들이 대부분 있습니다. 그리고 캠코더에는 게인(Gain) 버튼이 있어서 빛에 대한 민감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감도는 조리개와 셔터 조합에 보조적으로 – 그러니까 예를 들어, 밤에 조리개와 셔터를 조절해도 너무 어둡게 나오는 상황에서 감도를 올리는 것과 같이 – 적정한 노출을 위한 불가피하게 사용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사는 감도 조절에 따라서 이미지가 어떻게 달라지느냐 하는 문제죠. 감도 조절에 따라 달라지는 조형적 특징은 질감에 관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앞선 포스트 [거칠게 혹은 부드럽게, 프레임의 질감]에서 설명을 했습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감도가 높아질수록 이미지를 이루는 입자가 굵어져서 질감이 거칠어지고 감도가 낮아질수록 질감이 고와진다는 겁니다. 위에 포스트에서 살펴본 액션영화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진이나 동영상의 이미지는 해상도가 높고 고운 입자인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기술의 발전은 감도가 높아지더라도 최대한 입자가 굵어지지 않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궁금한건 왜 입자가 고우면 편안한 느낌을 받고 입자가 굵고 거칠어지면 불안한(?), 거친 느낌을 받게 되는 걸까요? 조형적 특성에 대해서는 지난번 포스트에 얘기되었으니 오늘은 이걸 한번 생각해보려 합니다.
우리가 사물을 보는 첫단계는 여러가지가 시각 요소가 뒤섞인 곳에서 사물의 형태를 구분해내는 것입니다. 간단히 배경에서 형태를 구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에서 검은색을 형태로 인식하면 화살표가 보이고 흰색을 형태로 인식하면 M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이렇게 우리 눈은 형태를 찾게 되는데 입자가 거칠어지면 배경에서 형태를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이것을 공학적인 면에서 표현하면 신호대 잡음비라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입자가 거칠어지면 잡음이 섞이게 되어 이미지가 전달하는 신호(정보)의 질이 좋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각신호가 모호해지면 왜 불안한 느낌을 갖게 될까요?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진화심리학적으로 해석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외부 세계에 대한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각 신호가 온전치 못하면 외부세계에 대해 불완전한 정보를 갖게 될 확율이 높고, 그러한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 정보를 얻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게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입자가 고운(잡음이 없는) 시각 정보를 대할때만큼 편안하지 못한 마음의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추론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감도는 이미지 장치에서 상이 맺히도록 하기 위해 빛을 조절하는 3가지 요소입니다. 셔터, 조리개와의 관계에 대한 기계적인 이해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질감을 다르게 하는 조형적 특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