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 한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정지해있는 것보다 주목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움직임이 적은 것보다 움직임이 큰 것이 상대적으로 시선이 먼저 갑니다. 우리가 대화나 연설 중에 손동작을 취하는 것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때때로 이야기하는 것에 주목도를 높이려고 하는 자연스러운 전략이죠.
그런데 이와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움직임이 많은 부분보다 움직임이 적거나 정지해있는 부분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죠. 영화 제목은 딱 떠오르지않지만 이런 장면입니다.
크리스마스의 번화가.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성이는 사람, 무심하게 지나쳐가는 사람들로 거리는 혼잡하다. 그 가운데 두 남녀만이 정지한 채로 서로 마주보며 서 있다. 오래 전에 피치못할 이유로 헤어졌던 두 사람. 15년이 지난 지금 운명과도 같이 만나게 된 것이다!
많이 본 장면입니다. 이런 씬에서는 움직임이 적은 두 사람이 움직임이 많은 주변의 사람들에 비해 시각적으로 주요 영역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다시 정리해야겠죠. 프레임 안 시각적 구성요소들의 움직임은 상대적인 것이다. 주변에 움직임이 적은 것들이 배치되어있다면 움직임이 있는 피사체에 시선이 가게 될 것이고 움직임이 많은 요소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오히려 정지해 있거나 움직임이 적은 영역이 주된 영역이 됩니다.
이런 것과 연관해서 덧붙이자면, 움직임은 인물들간의 관계에서 지위, 권력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이것도 상대적인 것입니다. 임금이 행차하는 상황을 보면 모든 사람들은 멈춰서 머리를 조아리고 임금만 움직이죠. 이때는 움직임이 있는 사람이 권력이 높은 사람인 겁니다. 한편으로 상대적으로 권력 관계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은 움직임이 덜 할 경우도 있습니다. 조폭 영화에서 진짜 보스의 동작은 느릿느릿합니다. 굳이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어서겠죠. 조직 안에서 지위가 낮은 인물들은 움직임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자, 이런 맥락에서 금호타이어 극장대피로 동영상을 살펴봅시다.
우선 초반에 귀여운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통해 집중시키고, 액션 영화들의 한 장명을 연상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대피로를 안내하는 부분에서는 화살표로 대피로 안내하는 애니메이션이 상단에 나오고 아래부분에서는 여전히 캐릭터들이 움직입니다. 대피로 안내부분은 간단하게 현재 상영관 위치가 색깔로 깜빡이거나 대피로를 따라 선이 움직이는 움직임인데 반해 아래는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많습니다. 게다가 앞에서 연결되는 스토리인듯 쫒고 쫒기는, 나름의 스토리도 있어서 더욱 주목하게 됩니다. 위쪽을 의도적으로 주시하지 않는한 캐릭터들에 눈이 팔리는게 당연합니다. 그렇기때문에 극장에 앉은 사람들은 캐릭터들은 기억해도 비상시 대피로에 대한 인지도는 떨어질것이 뻔합니다.
금호타이어의 이 시도는 우선 캐릭터를 통해 비상대피로 안내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려고 한 의도는 높이 살만 합니다. 광고 카피처럼 ‘안전을 생각하는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데 일조를 했을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회사의 캐릭터를 강조하면서 정작 중요한 내용인 대피로 안내 부분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뜨리고 있어 비상시 관객들의 대처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습니다.
만일 금호타이어가 진정으로 안전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극장대피로 안내부분은 바뀌어야 합니다. 상영관 위치와 대피로를 인지하도록 하는 장치를 써야 합니다. 방법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영상의 각 구성요소들간에 상대적인 움직임을 감안해야하는 것이죠. 가령 캐릭터들이 멈춰선 상태로 대피로안내쪽을 바라보거나 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생각의 무브, 금호타이어. 세심하게 안전을 생각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