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제 생일입니다. 음력 3월 23일. 음력 생일이라 매년 날짜가 바뀝니다. 생일을 축하해 달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음력 22~24일 정도를 ‘조금’이라고 합니다. 15일을 보름이라고 하는건 다 아시죠.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조금 때는 조수 간만의 차이가 가장 작은 때 입니다. 이때는 바다의 수위가 낮아지고 유속도 느려지게 됩니다. 물고기들이 많이 잡히는 시기입니다. 그런 이유인지 예전 저희집 배 이름이 ‘성용호’였습니다. 조금때 난 자식 이름을 붙여서 풍어를 기원한 것이죠.
어제 JTBC 9 뉴스에서 손석희 씨가 조금 얘기를 하며 구조 작업의 최적의 기간이라고 할때 생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요즘 다들 그러실 겁니다. 그때만 아니라 시도때도 없이 문득문득 눈가가 뜨거워질때가 많습니다. 조금과 생일과 바다와 단원고 학생들이 연결되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랬습니다. 조금 뒤 뉴스에서 손석희씨가 인터뷰하기로 한 실종자 가족의 비보를 전하면서 잠시 울먹이시더군요. 계속 냉정하게 리포팅을 하려고 하려고 하지만 몇번 숨을 고르시더군요. 그런겁니다. 공감이란게. 남의 아픔을 보면 자신도 아픔을 자동적으로 느끼는 것. 이건 우리 마음 안에 갖춰진 자동기계 같은 겁니다.
온 힘을 다해 구조작업을 해야 합니다. 유속이 느려져 구조 작업을 진행하기 좋은 이 ‘조금’ 기간 동안 지금까지 악조건때문에 진척되지 못했던 구조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설령 한명의 생존자도 없더라도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할 것 입니다. 누구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러나 일종의 의식적인 절차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마음은 실종자들과 실종자 가족들과 공감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가 그럴겁니다.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서, 우리의 미안한 마음을 한줌이라도 덜기 위해서 구조작업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인간이며 우리는 지금 공감되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