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정에서 찍은 홈비디오를 보면 흔들림이 심해서 오랫동안 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 촬영을 하는 사람에게 하는 첫번째 조언은 “가능하면 삼각대를 사용하고 카메라를 들고 찍어야되면 되도록 흔들리지 않게 찍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반적인 경우에 카메라(화면)은 되도록 흔들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편안하게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찍을때는 못느끼지만 재생이 될때에는 사각형의 좁은 프레임안에서 흔들림의 정도가 더욱 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든 드라마든 뉴스든 대부분은 흔들리지 않는 고정된 프레임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간혹 손으로 들고 찍어서 흔들림이 보이는 영상들도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데모찌’라는 일본식 표현으로도 쓰는, ‘핸드헬드’ 방식으로 촬영된 것입니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찍거나 흔들림을 조금 줄이기 위해 어깨에 걸치고 찍는 방식이죠. 핸드헬드 방식은 연출된 것이 아닌 상황을 담는 뉴스 취재나 다큐 등에서 계획되지 않은 상황을 따라가면서 즉각즉각 카메라를 움직이며 피사체를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런 영상들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핸드헬드로 촬영된 영상을 보면 그 영상이 연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현장감을 좀 더 느끼게 되거나 실재상황인 것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연출된 상황을 실제상황인것처럼 보여주는 모큐멘터리(mocumentary: Mock+Documentary) 장르에서 흔히 사용되고 TV의 재연프로그램도 종종 사용되기도 합니다.영화 <블레어위치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극화물의 경우에 일부러 카메라의 흔들림을 연출하는 씬들이 있습니다. 주로 액션 영화나 스릴러물들에서 주인공의 격한 운동감이나 급박한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할때 ‘들고 찍기’를 합니다.
또 주된 이야기가 주인공의 내적 불안, 정체성의 혼란 등과 같은 심리적인 불안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도 의도적으로 카메라의 흔들림을 활용합니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핸드헬드 기법의 장점이 더욱 효과적인데, 카메라가 피사체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카메라가 반응하며 미묘한 심리를 포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의 불안한 시선, 작은 손동작에도 카메라는 미세하게 움직이며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따라가게 합니다.
반면 이렇게 ‘센 느낌’의 영화들에서만 핸드헬드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멜로영화에서도 핸드헬드는 아주 유용한 기법 중에 하나 입니다. 연애를 시작하는 남녀의 멈칫 거리는 작은 손동작에서 오는 사랑의 감정도 포착할 수 있고, 첫 연애의 설레임, 두근거림은 흔들림으로 배가 됩니다.
드라마<연애의 발견>의 다음 장면(45초 이후부터)은 헤어지려는 연인의 흔들리는 사랑의 감정을 증폭시키기 위해 핸드헬드 기법으로 씬을 구성했습니다.
여주인공이 ‘우리 헤어져’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서로 상처를 건드리며 연애의 끝을 향해가는 불안한 느낌이 커져만 갑니다. 자세히 보면 편집의 길이의 변화와 아울러 카메라의 흔들림의 정도가 심해지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흔들림이 관객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니 ‘흔들리는’, ‘불안한’, ‘두근거리는’ 같이 글자 그대로의 형용사들을 카메라의 ‘흔들림’으로 표현한다고도 단순히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들고 찍거나, 무조건 삼각대를 찍기보다는 상황에 따라서 ‘흔들림’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