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뉴스 댓글에 정부와 대기업은 줄창 씹히는 ‘껌’이다. 그래도 한가지 잘하는게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글로벌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다르게 얘기하면 종교적 신념에 가까웠던 ‘국가’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잘되어야, 우리나라가 잘산다”라던 사람들은 삼성이 몇년간 조단위의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갈아치우고 있는데 나와 나의 주변 사람들은 왜 이렇게 힘들게 살지?라는 생각에 뭔가 배신감 같은 걸 느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간다고 좋아했지만 정작 공장은 해외로 이전하고 대기업이 벌어들인 막대한 수입은 그냥 금고에 현금으로 잠겨져 있을 뿐 풀리지 않는다.
심지어 죄를 저지른 것까지 눈감아 줬는데 정말 그러기야? ‘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라고 해봐야 별로 득될게 없구나 라는 생각. 드디어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통신업체와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농간에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말많은 ‘아이폰’의 잡스형님 덕이다. 동영상 하나 봤더니 데이터통화료가 몇백만원나오는걸 두고 어째 아무 생각없이 쓰냐며 무식한 사용자를 탓했다. 동영상은 음성 통화하는 것보다 많은 데이터를 유발해서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러길래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아이폰이 들어오고 스마트폰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무선랜망을 써서 공짜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어떤 사람은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있어서 공짜로 혹은 아주 저렴하게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동안 한국 판매모델은 동일한 외국 판매모델에서 무선랜 등등 ‘스펙다운’된 체 판매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잘들 뽑아드셨구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인 줄 알았던 ‘네티즌’들은 이제 외국 사이트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수사한다면 이메일을 통째로 뒤지는 경찰과 검찰의 무대포에 메일 계정을 구글등 외국 사이트로 옮긴다. 멋지게 망명이라고 하지만 넷세상에 국가가 무슨 소용이랴.
우리나라 사이트는 주민번호 넣고 회원가입해야 댓글하나 쓸 수 있는데 외국 사이트는 주민번호 없이 회원가입하고 쇼핑까지 할 수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더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고, 그러는 동안 자신의 개인정보가 10원도 안되는 돈에 팔리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주민등록된 거의 국민의 개인정보가 중국인들 손에 들어가 있다고 까지 얘기한다.
대한민국 인터넷 강국 맞아?
이제 넷세상을 뒤지던 사람들은 외국 사이트에서 바로 쇼핑해서 항공우편으로 관세까지 다 물어도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싼 물건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래서 꼭 무역회사 직원이 아니라도 환율에 민감하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내리는 정책이 곧 국가 전체를 위한 일이 아닌 것도 이제는 안다.
그건 그냥 ‘에이, 씨. 한 돈 십만원 더 나가게 생겼네. 미리 살걸. 도대체 도움이 안되는군. ‘ 하고 푸념을 유발할 뿐이다.
외제차에 대한 반감도 이제는 거의 없다. 아니 이젠 오히려 국산차에 대한 반감이 생기고 있다. 현대차가 외국에서 잘나간다고, 자동차 전문 잡지에서 좋은 평을 받아 별을 많이 받았다고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좋아라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수용이랑 수출용이랑 사양이 다르단다. 그 배신감. 그럼에도 가격은 내수용 차량이 더 비싼 걸 알았을때 드는 배신감2. 또 최근 방송을 보니 다른 것도 아니고 에어백과 같은 안전장치의 사양이 현격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았을때는 배신감3 + 적개심. 그래서인지 게시판을 보면 국산차 절대 안산다는 사람도 생겼고 외제차에 대한 반감도 줄어들고 있다.
현대-기아차, 잘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도 천안한 사태와 같은 분단의 현실을 맞닥뜨릴땐 또 ‘국가’라는 종교가 스물스물 다시 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앞으로 정부나 기업이 계속 이따위로 하시면 우리 ‘국민’은 오히려 더 ‘국가’를 멀리하게 될 거다.
영어 공부를 그토록 강요했으니 글로벌하지 말란 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