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멜다 마르코스. 그녀는 3천켤레의 구두로 기억된다. 1986년 필리핀의 민중봉기로 목숨만 겨우 건져 미국으로 도망간다. 그녀가 대통령궁에 남긴 3천 켤레의 구두는 두고두고 독재 정권의 상징으로 회자되고 있다.
어려서부터 예뻤던 이멜다는 잘나가던 야망가 마르코스와 결혼을 하게 되고 필리핀의 영부인이 된다. 마르코스 부부는 가난한 필리핀의 희망을 주며 정권을 잡지만 독재의 끝은 언제나 비극이기 마련이다. 야당지도자에 대한 암살도 있고 계엄령이 선포되기도 한다.
당장 한끼가 없어 굶는 사람이 많은데도 국가적 상징물을 만든다며 문화센터를 짓는다. 세계적인 영화제를 연다면 영화센터를 급하게 짓다가 대형 참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006년 EBS 다큐페스티벌에서 상영된 <삼천 켤레의 구두로 남다 – 이멜다 마르코스>는 그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그녀는 필리핀에서 여전히 건재하다. 놀랍다. 3천 켤레 중에 살아남은 200켤레의 구두는 그녀의 구두 박물관에 화려한 드레스, 보석들과 함께 자랑스럽게 전시 중이다.그녀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필리핀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녀와 사진을 같이 찍거나 그녀의 브로마이드 사진 한 장을 받으려고 난리다. 심지어 마르코스가 출마했던 곳에서 그녀의 아들은 주지사에, 딸은 하원의원에 당선되기까지 한다.
나라 말아먹은 사람을 여전히 추앙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러나 비웃지 말라. 잘난 한국 사람들이 업수이 여기는 필리핀의 상황이나 한국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친박연대라는 “팬클럽 정당”*을 만들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당선자들이나
박정희의 후광이 지금까지 미치고 있는 이 상황의 중심에 있는 박근혜를 보면서 이멜다 마르코스와 그의 아들 딸을 떠올리는 것은 몽상일까?
그러나 이걸 가지고 ‘무지한 국민들’이라고 싸잡아 이야기할 수만은 없을 듯 하다.
최근에 <불만제로>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던 동서 가구 얘기를 보신 분이 있을 것이다. 많은 가구 브랜드들이 IMF 구제 금융 시기에 망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전히 그 브랜드 가구가 유통된다. 망한 브랜드를 사서 브랜드 딱지만 중소 기업의 가구에 붙여주어 이득을 챙기는 회사가 있다. 그러니 고급 브랜드라며 비싸게 산 가구는 삐걱거리고 소파는 1년만에 변색이 된다.
사는 사람 입장은 이해가 된다. 생판 모르는 브랜드 보다 예전부터 알던 브랜드에 눈이 가는 건 이치다. 저 브랜드가 파산을 했느니 합병이 되었느니 하는 건 경제신문 보는 사람들이나 알 것이다. 나도 몰랐다.
파는 입장에서 망한 브랜드는 유용하다. 브랜드 이용권만 싸게 사서 붙이면 가격을 좀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처럼 제 가격으로 팔 수는 없다.
좋다. 망한 브랜드면 어떠랴, 싸고 좋으면 되지. 그런데 대부분 망한 브랜드의 제품들은 후지다. 저질 제품에 브랜드 값만 사다가 떡하니 붙여놓고 가격은 브랜드 없는 중소제품에 비해 비싸다.
그렇다면, 박근혜 브랜드를 달고 나온 제품들 중에도 품질 좋은 제품이 있을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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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501, 슈퍼주니어 팬클럽 여러분들도 당당히 목소리를 내세요. 팬클럽도 정당이 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