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지방선거 포스터에 대해 말들이 많다. 공식선거기간이 시작되어서 며칠전부터 트위터에 돌던 포스터와 비슷한 포스터가 공식 포스터로 붙어있는 걸 봤다. 설마 이걸 사용할까 했는데 붙어있어서 흠칫 놀랐다. 비판적인 의견에 동의하는 편인데 좀 구체적으로 읽기를 해본다. 선거벽보에 사용된 포스터가 대상이다.
나름의 이미지 읽기 방법에 대해 한번 정리를 해볼 생각이었는데 여기서 간단히 그 방법대로 적어본다.
첫번째는 한번에 쓱- 훑어보기.
전체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중요한 건 ‘첫 느낌’이다. 처음 보았을때 드는 느낌들을 단어 – 형용사던, 명사던 -들을 적어본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재빠르게 체크해봐야하는 것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무엇이었냐 하는 점과 그 다음 어떤 것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느냐는 점이다.첫느낌: 차분함, 어두움, 흑백, 어라, 뒷모습?
시선의 순서: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 > 박원순 시장의 2/3옆얼굴 > ‘박원순’과 그 옆의 2두번째는 뜯어보기.
각각의 시각요소들을 나누어서 본다. 개별 시각요소들을 살펴보면서 그 중에 이미지에서 의미있게 사용된 것들을 뽑아본다. 그리고 그것들이 첫번째 단계에서 느낌이나 시선의 단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연결해본다.1.전반적인 색감
색상 . 사진에서 주로 사람의 피부톤을 보면 차이가 많이 드러나는데 거의 색빠진 세피아톤의 인물사진이고 배경이다.2.피사체(담긴 것들)
박원순 시장의 옆모습. (거의 뒤돌아선)
살짝 다문 입술.
안경 때문에 눈은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를 바라보는 시선.
눈에 들어오는 드문드문 머리숱
명조체의 글자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
작은 크기의 ‘박원순’과 기호’2’번 표시3.샷
박원순 시장 얼굴 클로즈업. 포스터의 2/3가량을 차지.4.조명
강한 컨트라스트의 빛을 통해 박원순 시장의 얼굴과 머리카락부분은 그늘져서 디테일은 거의 보이지 않는 정도.
그에 반해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 글자 부분은 밝아 뚜렸한 대비.
허핑턴포스트에 실린 캠프측 전언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후 시민의 아픔에 공감하며 손을 잡고 울어주는 시장의 이미지를 담은 사진”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벽보 포스터는 어느 정도 부합하는 포스터다.
일단 전체적인 색감이 차분하게 정리되어 있고 인물의 돌아서 뒷모습은 조용히 고뇌하는 모습을 담았다. 조명이 많은 영역을 정리하면서 이 포스터는 박원순 시장의 얼굴 – “당신곁에 누가 있습니까” – 박원순2 이렇게 딱 3부분만 간결하게 보여주고 있다. 색상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선거포스터에 으례 큼직막한 영역을 차지하는 기호표시와 후보 이름도 최대한 줄였다. 국민적 슬픔의 시기에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함께 고민-성찰하는 모습이 담겼다. 캠프측에서 ‘공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성찰하는 모습에서 부가적으로 공감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수도 있겠다.
그런데 캠프측 의도라면 벽보에 사용된 포스터보다 박원순 시장의 어깨까지 나온 포스터가 더 맞을 것 같다. 대신 주변의 글자들은 모조리 걷어내는 조건에서. 앞서 샷 부분에서 살펴봤지만 클로즈업으로 갈수록 인물의 감정에 집중시킨다. 샷이 넓어질수록 행위를 설명하기 좋다. 그렇다면 벽보 포스터는 박원순 시장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으나 뒷-옆모습에 조명으로 디테일은 모두 지워져서 감정을 드러내기에도 어렵다. 사진을 크랍하면서 문맥이 잘려나가면서 상당히 어정쩡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이 벽보 포스터는 비난받기에는 아까운 디자인인가? 왜 말들이 많을까?
이미지는 각 시각요소들의 지시적인 의미 + 알파로 전달된다. 우리가 이미지를 소통 체계에서 사용하는 것은 또 이 플러스 알파에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미지는 하나의 시각요소가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를 가지고 있다. 벽보 포스터에는 이렇게 혼란을 불러오는 몇가지 요소들이 있다.
첫번째는 뒷모습의 사용이다. 선거포스터로서는 도전적인 시도다. 그런데 인물의 뒷모습은 대개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영화에서 보자.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몰래 일을 꾸미는 장면, 다른 사람들로 부터 자신을 닫고 외면하는 인물. 이런 것들에서 주로 본다. 연극 같은 공연 예술에서도 비슷하다. 작당모의를 하는 인물들은 주로 무대 뒷켠에서 관객방향과 반대로 돌아선 상태로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연출된다.
물론 뒷모습이 아련한 어떤 것을 생각하거나 고민하거나 성찰하는 모습을 담을 수도 있을 텐데 앞뒤 문맥이 없는 한 장의 포스터에서는 의미전달이 쉽지 않을 듯 하다.
두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는, 시선방향이다. 시선은 이미지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학자들이 인간의 뇌 속에 ‘시선추적기’라고 이름붙일만한 영역이 따로 있다고 볼 정도다. 그만큼 인간은 시선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광고사진에 괜히 큼지막한 인물 사진이 있는게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컷이 넘어가는 주요한 포인트는 인물의 시선변화이다. 편집에서 연결된 컷들의 시선방향이 맞지 않으면 ‘튄다’- 혼란스럽게 된다.
벽보 포스터에서 박원순 시장은 기호2번, 두번째이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왼쪽 박원순 시장의 시선방향에 기호1번 정몽준 후보가 있다. 훑어보기 단계에서 “당신 곁에~” 에서 박원순 시장의 얼굴을 본 다음에 정몽준 후보로 시선이 가게 되어 있다. 자칫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 – 정몽준” 이렇게 읽힐 수도 있다. 정말 이렇게 읽히겠냐고 하겠지만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인지과정에서는 그런 혼선이 발생할 여지는 분명 있다.
세번째, 어두움이다. 조명을 통해 많은 잡다한 요소들이 정리되어 간결한 이미지가 된 것 좋은데 어두움은 부정적인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저 정도까지 명도가 낮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건 선거 포스터다.
네번째, 투표 기호 영역의 크기가 작은 점. 후보 이름과 투표 기호를 표시하는 부분은 정몽준 호보처럼 대개 큼지막하다. 투표 기호 영역을 줄이면서 이미지는 아주 절제되게 정리되고 요란한 홍보를 하지 않는 것 같이 보일 수는 있겠다. 그런데 이건 선거포스터다. 가장 중요한건 인물의 이름과 투표기호다.
처음에 이 포스터를 봤을때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만들었나? 전략은 있는건가? 싶었다. 들어보니 의도는 있었던 것 같다. 이미지 전략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겠지만 그건 미뤄두자. 나온 결과물만 놓고 살벼본 바로는 대략 그 의도를 반영한 것 같다. 그러나 시각 요소의 디테일한 면을 놓쳐서 전달과정의 혼선이 생길 수 있는 결과물이다.
*이런 혼선은 다양한 분야에서 있을 수 있다. 회사 리플렛을 만들거나 PPT를 만들거나 웹사이트를 만들 때 등등. ‘배가 산으로 가는 ‘ 결과물들이 종종 나온다. 이 사람이 이 얘기하고 저 사람은 저얘기하고 디자이너는 몇차례 노가다를 하고 마지막으로 사장님은 ‘뭐 좀 그러네~, 다른거 없어?’. 디자이너는 급기야 ‘빡치고’. 대개 이런 과정이다. 이럴때 시각요소들에 대해 명확한 말로 공통의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지의 모호한 측면이 있어서 의도를 온전히 반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는 것이 배가 산으로 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