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가 작년 최고의 히트 상품 중에 하나란다. 주변에 열심히 막걸리를 전파하고 있었던 나도 뭐 그 정도였나 싶었다.
막걸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될 듯 하다. 하나는 ‘막걸리의 변신은 무죄’라며 막걸리를 폼나게 마셔보자는 쪽이고 하나는 ‘막걸리가 뭐 막 먹는게 막걸리지’라는, “그냥 편하게 마시는거지 왠 호들갑이냐”는 쪽이다.
전자의 예를 들어보자. 홍대 앞에서도 나름 잘나가던 와인바 두 곳이 이미 간판에 ‘막걸리’를 크게 내걸고 업종변경을 했다. 또, 강남의 잘나가는 바 등에서도 막걸리 칵테일 같은 걸 만들어서 내놓는 모양이다. 이런 분위기에 정부는 ‘막걸리 세계화’를 외치며 막걸리를 세계적인 술로 만들겠다며 나섰다. 대략 분위기를 보면 이쪽의 롤모델은 와인에 두고 있는 모양이다. 작년 10월 보졸레누보가 출시되는 날에 맞춰서 막걸리누보 행사를 곳곳에서 펼친걸 보면 알 수 있다. ‘막걸리누보’ 아, 정말 ‘한류우드’ 다음으로 얼굴 붉어지게 만드는 조어다. 그냥 ‘햅쌀 막걸리’라고 하면 더 산뜻하고 멋져보이지 않나?
막걸리라고 시대에 맞게 변신하지 못하란 법 없기는 하나 변신의 지향점이 좀 ‘거시기’하고 변신의 배후에는 가격만 부풀려 받으려는 업자들의 흑심이 있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걸리를 여전히 ‘편한 술’로 받아들인다. 방송에서, 인터넷에서 막걸리, 막걸리하니 예전에는 별로 가본 적 없는 막걸리집을 한번 찾아가 본다. 그러다가 ‘어, 괜찮네’ 하며 전보다 자주 찾는 정도다. 막걸리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막걸리’다. 편한 자리에서 격식없이 주거니 받거니하며 떠들썩하게 사는 얘기를 풀어놓는 자리에 막걸리가 함께 한다.
막걸리의 변신의 무죄지만 이런 우리 삶의 맥락과 동떨어진 자리에다가 막걸리를 두려고하는 자들의 음모는 유죄라고 생각된다. 혹 이런 허세로 인해 막걸리가 한 해의 반짝 인기를 뒤로하고 대중들로부터 다시 멀어질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