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감은 이미지 표면의 촉각적인 느낌을 말합니다. 미술에서 마띠에르(Matiere)라는 개념이죠. 소재의 선택이나 사용 방법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표면의 특성을 말합니다. 부드럽다, 울퉁불퉁하다, 날카롭다, 투박하다 등등과 같은 식으로 표현되는 것이죠. 교과서에도 실려 많이 알고 있는 박수근씨의 그림을 보면 빨래하는 시골 아낙네들이나 시골 풍경 등과 같은 소재를 마치 화강석이나 흙담벼락에 그린 것 같은 느낌의 질감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만일 미려한 질감으로 그려졌다면 이러한 전후 한국 농촌의 거칠고 소박한 정서가 전달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은 인화지나 디스플레이 등 이미지를 담는 매체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질감의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인데 미세한 차이가 아주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영화 <300>은 근육질의 전사들이 격렬하게 전투 하는 장면이 다양한 시각 효과들과 어울려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힘있는 액션이 위주가 되는 이런 영화들을 보면 화면의 입자가 거칠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글자 그대로 ‘거친’ 액션을 ‘거친’ 질감으로 더 거칠어 보이게 만드는 것이죠.
류승완 감독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보면 아주 거친 질감의 화면입니다. 1천만원의 저예산으로 16mm 영화로 제작이 되었는데 일반적인 상업영화의 35mm 포맷에 비해 부족한 예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 전반에 다뤄지고 있는 폭력성을 담아내기에는 거친 질감의 16 mm 포맷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 아래 영화 화면을 보면 점들이 보일 정도로 질감이 거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반대로 멜로영화와 같은 말랑말랑한 소재의 영화는 상대적으로 입자가 고와서 표면이 매끈한 느낌을 주거나 부드러워 보입니다. 일반적인 경향이 그러한데 예를 들어 연애의 과정을 치열한 전투와 같이 표현하는 영화가 있다면 사랑을 이야기 하지만 질감을 거칠게 가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DSLR이나 캠코더를 구매할때 화질이라고 하면 얼마나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냐는 것으로 판가름하는 것입니다. 고운 질감으로 섬세하게 표현된 영상 이미지는 분명 현실감을 더하게 되고 흡입력도 강한 측면도 있어 광고물이나 드라마 등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됩니다. 카메라나 캠코더의 발전방향도 고해상도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도 한 것이 겠죠.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질감도 우리가 표현하고자하는 대상이나 주제에 따라 다르게 할 수있는 한가지 선택지입니다. 거칠게 혹은 부드럽게. 이 점 간과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