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아일보 쪽에서 인터뷰 의뢰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는 고민이었다. 이번에 책을 내게된 후배에게는 메이저 언론사의 기사 한 꼭지가 꼭 필요하다. 출판사에서 약속을 잡아놓았는데 하필 그곳이 동아일보냐는 하소연이다. 차라리 조선일보라면 그런대로 받아들이겠다는 후배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선택을 하는 듯 했다.
혼자 쓴 책도 아니고 여럿이 쓴 책인데도 말이다.
후배의 고민은 이해가 갔다. 평생 사람살이에 대한 공부를 하겠다고 나선 그이기에 자신이 가야할 길과 어긋난 쪽에는 작은 발자국을 남기는 것도 꺼림칙한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다. 또한 책을 팔아야 되는 출판사의 입장도 고려해야 된다.
정치적인 입장을 묻는 것도 아닌데 괜찮지 않겠냐며 함께 고민하는 척 하던 나는 몇가지 방도를 제시했다.
1.일단 인터뷰는 하되 사진만 찍지 말라.
– 인터뷰는 하는 데 사진은 찍지마세요하는게 말이 안된다.
2.너만 빠지고 다른 공저자들이 대신 나가면 안되냐?
– 지금 지방에 있는 친구도 있고 해서 인터뷰를 하게 되면 나가긴 해야 된다.
어렵다. 왜 다른 언론사가 먼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서 이런 고생을 시키나 싶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마저 잠깐 미워졌다. 그러던 차에 전날 약속이 잡혔다는 얘길 듣고 마지막 의견을 제시했다.
3.그러면 일단 다들 시간이 안된다고 하고 약속을 미루라.
그리고 다른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돌려서 인터뷰를 하거나 기사가 나가게 되면 그땐 동아일보는 튕길 수 있잖냐.
이게 내 소박한 잔꾀였다.
후배는 어떤 결정을 했을까? 내일 전화를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