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주최하는 세미나가 있었다.
http://www.bcic.or.kr/board/board.asp?idx=640&intBnum=170&strMode=view
아래는 제3자 입장에서 얘기를 들으면서의 개인적인 느낌들이다.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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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협회 회장님은 웹툰 관계자들을 “여러분~”이라고 표현하고 웹툰쪽 관계자들은 “만화계와 대화를~”이라는 식의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독자입장에서는 다같이 그냥 만화인데 당사자들은 완전히 구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건 좀 우스운 상황인 듯 했다. 이런 분위기는 세미나 내내 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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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의 다른 서비스들의 색깔과 비슷하게 네이버와 다음의 웹툰 서비스의 운영에 대한 부분도 차이가 있는 듯 했다. 작품의 성향이 아니라 운영의 방향에 대한 부분이다.
네이버는 철저히 플랫폼 사업자의 입장으로 최대한 개입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았고 다음쪽의 경우는 웹툰과 관련한 마케팅, 부가가치 창출 등에 대해서도 개입하려는 생각이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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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고료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포털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만화계를 착취한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이다. 다른 일로 만화가들을 만나서 들은 소리도 현실적으로 작품활동을 하기 힘든 정도의 고료때문에 웹툰 창작을 할 수 없다는 얘기들을 한다.
이에 대해 포털측에서는 투입비용대비 매출이 적다는 입장으로 방어를 했다. 한마디로 포털은 손해보고, 다른 가치들을 보고 웹툰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으로 맞는 얘기지만 쭉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생각이 들었다.
다른 컨텐츠 산업과 비교하면 작가에 대한 포털의 대우는 상당히 우호적이고 좋은 편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포털은 작가의 저작권을 100% 인정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렇다.
드라마를 생각해보자. 방송사는 외주제작사에 실제 투입되는 제작비에 턱없이 부족한 비용을 지급한다. 그래서 외주제작사는 PPL등 다양한 부가수입에 열을 올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는 드라마의 판권을 모두 가지게 되거나 경우에 따라 제작비 투입 비율에 따라 해외판권 등 2치 판권에 대해 제작사와 나눠 갖는 형태를 취한다.
영화의 경우는 시나리오작가, 감독은 대부분 개런티를 받으면 그걸로 끝이다. 작품의 2차 저작권에 대한 권리는 모두 제작사에 귀속된다. 출판 만화의 경우는 또 어떤가? 지급되는 고료, 인세에 비해 작가의 권리는 어느 정도 보장되는가? 특히 신인작가들의 경우에 대부분의 문화산업 분야에서 착취의 정도는 더욱 심하다고 한다.
이런 약탈적인 문화산업의 상황에서 포털의 자세는 오히려 바보스럽기까지 하다.
포털이 지급하는 고료가 웹툰 실제작비 대비 30~50%수준이 되겠지만 저작권에 대한 권리는 모두 작가에게 100% 귀속되는 상황이면 다른 문화산업군에 비해 작가가 누리는 권리는 상당이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웹툰 시장은 어찌보면 문화산업에서 얼마남지 않은 기회의 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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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계’분께서 웹툰을 포함한 만화를 너무 산업적인 측면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맞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동안 ‘만화계’에서는 척박한 산업적인 환경을 뚫고 예술적인 가치를 담은 만화를 생산하지 못하였는가? 왜 예전같은 극화 만화들이 나오지 않는가? 왜 다들 돈이 된다는 학습만화나 실용서만 그리고 있는가?
문화산업이라는 말에는 두가지 모순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문화+산업. 두가지를 따로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세상이다. 영화+산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창작이 되기 위해서는 산업적 뒷받침이 필요하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새로움에 대한 모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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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에서 나온 용어인 “공짜경제론”에 대한 지적들도 있었다. 웹툰을 공짜로 보게하므로서 “만화는 공짜”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쟁을 들으면 떠오른 것이 음악시장의 선례이다. 대중음악은 죽었다고 까지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어느때보다 대중음악을 가까이 하고 산다. 지하철을 타면 6~70대 노인분들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중들의 대중문화 소비 패턴이 달라지는 가운데 대중음악 산업계에서 이를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수익 구조를 만들지 못한 면이 크다. 물론 음악파일의 공유가 대중음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책임을 ‘공짜 마인드’에 둘 수는 없다는 얘기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소위 만화계에서 웹툰은 만화와 따로 놓고 보는 모양인데 만화를 보는 독자는 그냥 만화일뿐이다. 점심먹고 들어와 웹서핑을 하다가 머리도 식힐겸 웹툰을 공짜로 본다.
만화계에서 이러한 대중문화 수용자의 입장을 무시한 수익모델을 강요할 수도 없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독자들과 소통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적의 방안들을 고민해야할 것이고 작가들은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천만화정보센터의 이번 세미나는 의미있는 출발점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