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
10월9일 방영된 MBC스페셜의 제목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우리’는 20대다. 이 다큐는 취업준비 중인 20대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면접시험을 준비하는 동아리, 자소서 스터디를 하는 학생들, 영어공부하는 모습 등 취업을 준비하기위해 취업준비생들이 해야하는 활동들을 섞어가며 많은 시간을 인터뷰에 할애한다. 한일공동기획이라서인지 일본의 20대의 모습도 보여주는데 한국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취업준비생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데 집중하고 있는 이 작품은 20대에 대한 논평을 배제하고 있다. 흔한 TV 프로그램이라면 우석훈 쯤 되는 사람이 나와서 한마디 할텐데 그렇지 않다. 나레이션이 끼어들긴하지만 상황설명 정도에 그친다. 분석하거나 논평을 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작품 전반에 걸쳐 논평을 하고 있다. 바로 영상문법을 통해서다.
카메라는 취업준비생을 편안한 앵글로 바라본다. 그러나 카메라가 담는 방식은 인물에만 포커스가 맞도록 해서 인물은 두드러지면서 주변의 배경이나 다른 인물들은 흐리게 표현하는 식이다. 렌즈의 심도 즉 촛점맞는 거리를 얇게한 상태로 인물을 담는다. 주변에 시각적으로 방해될 만한 것을 모두 흐릿하게 처리되어 인물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기때문에 인물사진을 찍을때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긴 하다. 그래서 인물에게 집중되어야 하는 인터뷰 위주로 진행되는 작품이기에 이런 선택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감독의 시선은 그리 단순치 않은 것 같다. 분명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다.
배경이 흐릿해진다. 다시말해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가 흐릿하다는 것이다. 토익 895점에 자격증도 몇개 있고 인턴쉽 경험도 있으나 그들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카메라가 약간 움직이거나 인터뷰이가 조금만 이동하면 인터뷰이 본인 마저도 흐릿한 초점으로 처리될 수도 있다.
인물을 배경과 분리시킨다. 즉 20대는 사회와 유리되어 있다. 취업 준비에 몰입하고 있는 동안 세상이 어찌돌아가는지 신경쓸 여력이 없다. 취업준비생들의 세계는 딱 카메라가 포커스를 두고 있는 그만큼의 깊이만큼이다.
심도가 얕아지면 인터뷰이 외에 다른 인물들은 포커스 아웃된다. 함께 취업준비를 하고 있지만 경쟁상황에서는 자신이 선택될 수 있도록 차별화 시켜야 한다. 취업준비란 언제나 남보다 나에게 촛점이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이다. 그게 취업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20대는 이렇게 세상과 유리된 채,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고립되어 살아가고 있다. 감독의 논평이다.
감독이 심도가 얕은 렌즈를 선택하면서 여기까지 생각했는지 장담할 수 없지만 대개의 TV다큐의 화면과 다르게 굳이 이런 선택을 -어쩌면 별도의 렌즈 어댑터를 사용했을 지도 모를 – 했을때는 많은 생각들이 있었을 것이다.
기성세대는 20대들이 우리 사회의 촛점거리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20대들은 딥포커스된(초점맞는 거리가 깊은)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담담하게 취업준비생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고민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