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의 선택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고려사항은 정서적 거리에 관한 문제 입니다. 클로즈업샷이냐 롱샷이냐에 따라서 정서적으로 친밀함을 느끼거나 거리감을 느끼거나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인물이 피사체가 되는 경우에 한정된 문제이지만 많은 이미지들이 인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실제에서 타인과 떨어져있는 거리와 정서적인 거리감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전철을 기다리며 서 있을때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타인과 거리를 유지합니다. 대개 서로 팔을 벌렸을때 닿지 않을 만큼의 거리 정도 됩니다. 그때의 시야를 프레임에 담으면 풀샷 정도가 되겠죠. 반대로 친한 친구와 같이 전철역에 있다면 한사람이 손을 뻗어도 닿을 거리 안에 같이 있게 됩니다. 미디엄 클로즈업 정도겠죠. 실제와 이미지의 당연한 연결입니다만 이미지를 다룰때 이 점을 놓칠때가 많습니다.
간략히 얘기하면, 주로 클로즈업샷으로 갈수록 친밀하고 감정적으로 동화된 상태에 가깝고 롱샷으로 갈 수록 피사체와의 친숙한 관계는 흐려지고 먼거리에서 담담하게 (혹은 냉철하게) 관찰하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영화에서 슬퍼서 눈물을 흘리거나 자신의 속깊은 얘기를 할때 같은 정서적으로 동화가 필요한 장면은 클로즈업으로 다루어집니다.
반대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면 왠만해서는 클로즈업샷을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애의 감정이 생기는 장면이라도, 키스씬이라도 그냥 담담하게 멀리서 바라보는 씬이 대부분이죠. 일종의 거리두기인데, 그래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동화되지 않고 ‘지지고 볶고해봐야 별볼일 없는’ 우리의 일상을 그저 담담하게 바라보게 합니다.
인물간의 갈등과 변화가 주된 내용인 영화에서는 정서적인 친밀감의 측면에서 샷을 흔히 사용합니다. 그래서 극이 전개되고 등장인물든간의 관계나 감정이 변화할 경우에 샷의 변화도 있게 됩니다.
영화에서 모르던 두 사람이 처음 만나서 친해지는 과정을 보면 샷의 변화가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래 영화 <마타도어>에서 킬러와 샐러리맨이 만나는 장면입니다. 바에 들어온 킬러가 처음 말을 겁니다. 처음엔 조금 꺼리다가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하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조금 깊은 대화로까지 들어가게 됩니다. 이 씬을 보면 조금씩 카메라가 인물에 더 다가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인물이 점차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드러낼때를 보면 이와 같은 샷의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1962)의 법정씬을 보면, 사건의 정황을 설명할때와 점차 심문이 진행됨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있는 법정에서 차마 얘기할 수 없었던 사실을 드러낼때에는 샷의 차이가 있습니다. 주로 풀샷 정도로 보여주다가 등장인물이 자신이 추행당했음을 고백하는 부분에서 클로즈업으로 들어갑니다. 등장인물이 차마 이야기하지 못하고 감추어두었던 내면의 이야기에 관객을 더 동화시키기 위한 장치입니다.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는 영화를 예로 들어서 설명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카메라나 캠코더를 들었을 때 어떻게 적용해야할지 알 것입니다. 파인더를 들여다 보며 피사체에 본인도 감정적으로 동화된다면 최대한 더 다가가서 셔터를 누르시길. 특히 소심한 찍사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