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처음 접했을때 가장 골치아팠던 것이 조리개의 조작이었던 것 같습니다.렌즈를 살펴보면 표면에 f2.8, f4, f5.6과 같이 적혀있는데 그것이 조리개 값입니다. 수동카메라 렌즈의 조리개를 돌려보면 렌즈 안의 부채살보양의 막이 움직여서 구멍이 작아지거나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카메라로 들어가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지요. 적정한 노출을 위해 조리개값에 따라서 셔터스피드나 감도를 조정해야 하는데 이게 카메라를 처음 잡은 상황에서는 복잡하기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수동카메라도 그렇고 최근의 DSLR, 캠코더 등은 조리개 값에 따라서 셔터스피드나 감도을 자동으로 조정해서 적정한 밝기의 이미지를 만드는 기능이 있어서 원하는 이미지를 더욱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조리개-셔터스피드-감도(렌즈도 추가)의 관계를 알아두면 좋겠지만 우선은 다른 요소들은 젖혀두고 조리개에만 집중해 봅시다.
조리개값에 따라서 나타나는 조형적인 변화는 심도라고 하는 촛점이 맞는 범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조리개 수치가 작을수록 촛점맞는 범위가 좁아지고 조리개값이 클수록 촛점맞는 범위가 넓어집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왼쪽의 사진은 공룡이 놓인 주변의 글자만 보이는데 오른쪽 사진은 노트 전체의 글자가 또렷하게 보입니다. 조리개값이 커지면 촛점맞는 범위가 넓어져서 글자들이 다 보이게 되는 것이죠.
(*조리개값은 실제로는 1/8, 1/16과 같이 분수값입니다. 위에 조리개가 열려있는 면적을 보면 f숫자가 클수록 면적이 작아지는 것이죠. 이렇게 얘기하면 또 헷갈리고 흔히 부르는 숫자대로 크다-작다를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심도 표현을 통해 우리는 실재의 대상에서 본인이 담고자 했던 주된 피사체를 명확히하고 다른 시각적인 요소들을 부차적인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시각요소들이 뒤섞여있는 세상에서 본인이 선택적으로 보고 느꼈던 것을 위주로 이미지에 담을 수 있는 것입니다. 실재의 세계를 이미지로 담는 사진이나 동영상의 경우에 찍고자하는 것들 외에도 불필요하거나 부차적인 시각 요소들이 함께 프레임 안에 담길 수 밖에 없습니다. 치밀한 시각 연출을 하는 영화나 스튜디오에서 잘 셋팅해서 찍는 광고 사진 같은 경우가 아니면 더욱 이러한 요소들이 많을 수 밖에 없죠. 조리개의 조작은 이러한 것들을 한번에 흐릿하게 만들어서 주된 피사체로 시선을 모아주는 아주 효과적인 장치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적절한 심도를 통해서 인물의 주변 환경도 대략 파악할 수 있는 정도를 보여주면서 인물이 부각되도록 찍었습니다.
이렇게 심도가 달라지는 점과 함께 생각해볼 것이 지난번 포스트에서 다룬 렌즈의 선택 문제 입니다. 망원의 경우에는 광각 렌즈에 비해서 심도를 더욱 얕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습니다. 망원 계열의 렌즈에 조리개값을 최대한 작게해서의 찍으면 촛점맞는 거리가 더욱 좁아지면서 주된 피사체만 부각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인물 사진의 경우에는 주변은 흐려지고 인물을 돋보이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더욱 유용한 기능이죠. 우리들이 찍는 주된 피사체가 인물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조리개 수치가 작은 렌즈들이 무척 비싼도 많은 분들이 비용을 들이더라도 구매를 하는 이유가 납득됩니다. 주변의 것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인물이 돋보이게 나오니까요.
아래의 웨딩사진 같은 경우에 망원렌즈와 작은 조리개값을 통해 신부를 부각시키고 있죠. 인물이 잘나와야 되는 웨딩사진, 돌사진이나 모델 사진 등은 특히나 더 이런 조합을 선호합니다.
위의 웨딩사진을 보면 심도를 얕게되면서 부가적으로 한가지 더 얻게된 이득이 있습니다. 사진을 살펴보면 인물 주변에 촛점이 흐려진 부분이 그야말로 ‘뽀샤시’해지는 거죠. 이미지의 질감이 부드럽게 된다는 점입니다. 인물이 살면서 주변은 흐려져서 전체적인 사진의 느낌의 느낌이 온화하고 부드러워집니다. 강한 캐릭터의 인물을 담는 사진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인물사진에서 요구하는 점이죠.
자, 이렇게 부차적인 영역이 흐릿해진 조형적인 특징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형체가 보이긴 하지만 흐릿해져있어서 또렷하지 않은 어떤 기억, 아련한 느낌, 기억 속의 어떤 것 등을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이버포토갤러리 오늘의 포토에 선정되었던 아래의 사진은 이러한 특징을 통해 사진이 이야기하는 바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이 보이고 그 앞에 흐릿해진 풍경이 펼쳐져있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지난 시절의 흐린 기억을 더듬는 게 아닐까요? 사진은 그렇게 이야기 하는 듯 합니다.
조래개로 표현하는 이러한 조형적 특성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한 사례로 <취업난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포스팅한 바 있습니다. 포커스 아웃된 20대 <취업난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 참조.
그렇다면, 사진은 뺄셈이라니까 무조건 초점맞는 거리를 작게하는 게 좋을까요?
이건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