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필름면의 화학물질이 빛에 노출되면서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만들어집니다. 셔터는 조리개와 함께 필름면으로 들어가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장치입니다. 조리개가 빛이 들어가는 통로의 폭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고 셔터는 일종의 문의 역할을 합니다. 그 문을 열고 닫는 속도를 조절하므로써 적절한 빛을 필름으로 보내 사진이미지를 만들게 됩니다. 캠코더에서 동영상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이와 원리가 다르지 않아서 셔터스피드를 조절하는 버튼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60, 1/100, 1/250와 같이 표시되어 있는데 단위는 시간의 단위인 초입니다. 1초의 100분의 1정도 같은 아주 짧은 시간이죠. 사진을 찰나의 순간을 담는 예술이라고 할때 셔터는 사진 이미지가 담기는 찰나의 길이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셔터가 열려있는 그 순간의 대상이 하나의 이미지에 담겨있다는 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셔터 스피드가 길때와 짧을 때 이미지의 차이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한번 살펴봅시다.
위의 사진은 셔터스피드가 1/8000의 아주 짧은 시간동안만 셔터가 개방되어서 물방울들이 정지해있는 것처럼 포착되고 아래는 1/4초라는 비교적 긴 시간동안 셔터가 열려있어서 그 시간만큼의 물의 흐름이 중첩되어서 기록되어 있습니다. 셔터가 열린 시간동안 움직인 물방울들이 선처럼 표시된 부분도 보입니다. 셔터스피드에 따라서 이러한 조형적 차이를 나타내는데 이것으로 어떤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요?
대개 셔터스피드는 운동감의 표현하는데 주로 활용됩니다. 셔터스피드가 느리면 움직이는 피사체의 움직임이 중첩되어 기록되면서 운동하는 반대방향으로 잔상들이 남게 됩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시각 경험에서도 빠른 물체가 지나가면 잔상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도 이와 연결지어서 이미지에서 잔상이 보이면 ‘움직인다’라고 인지하는 것이겠죠. 아래의 사진들을 비교해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입니다. 위의 사진은 동작이 정지해있는 것처럼 보이고 아래는 손을 흔드는 움직임이 표현되면서 콘서트장의 열기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아래 사진처럼 적절한 셔터스피드를 설정해서 드레스의 부분에만 잔상이 살짝 생기게 하면서 무용수는 또렷하게 보이게 하면서 춤을 표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단순히 셔터스피드를 빠르게 하면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셔터스피드 외에 다른 시각 요소들이 운동감을 강하게 드러낼 수도 있기 때문이죠. 특히 운동선수들의 역동적인 순간을 찍을때 셔터스피드가 빠르면 힘있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셔터가 우리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움직임의 순간을 담으면서 더욱 역동성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셔터스피드는 ‘시간’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미지에서는 ‘시간’을 한 장의 이미지에 표현할때 셔터스피드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김아타의 ‘온에어 프로젝트’의 사진은 아주 긴시간동안 셔터를 열어놓아 길거리와 건물들 외에 움직이는 대상들은 희미한 잔상으로만 이미지에 담겨있습니다. 김아타는 이러한 장시간의 셔터 개방을 통해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그것도 아주 차가운 톤으로 – 사진의 전체적인 톤을 살펴보시면 – 말이죠. 온에어 프로젝트의 사진은 우리가 잊고 살고 있지만 인간이면 누구나 받아들여야하는 차가운 진리를 새삼 사진을 통해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사진책 등에서 흔히 셔터를 노출을 결정하기 위한 기계적인 장치로만 파악하고 설명을 하고 있지만 셔터는 ‘찰나의 예술’이라는 사진의 본질과 맥이 닿아있는 의미있는 요소 중에 하나 입니다. 이 점 잊지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