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읽기/쓰기를 배우는 두가지 방향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지? 이 물음에 대해 두가지 방향의 답을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피사체와 교감해!” “네가 느끼는 대로 눌러!” 류의 감성적 접근법이다. 근래에 사진책을 펴낸 조선희씨나 김홍희씨 같은 이름난 사진작가들의 책이 이쪽을 강조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후일 생각해보면 이 접근 방식이 결국엔 맞는 얘기인걸 깨닫게 되긴 합니다. 그러나 첫발을 내디딘 단계에서 이런 정서적인 접근은 당장 ‘뭘 어떻게 하라구?!’ 와 같은 댓구를 반복하게 합니다.
이에 맞서는 아주 강력한 세력은 기계적 조작을 강조하는 접근법입니다. 사실 사진 – 더 넓게 영상 – 에 대한 대부분의 책들은 여기에 속하는 것입니다. 서점에서 가장 많은 서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웹상에서 넘쳐나는 것도 이런 류의 글입니다. 제목은 < 사진 잘찍는 법> 등과 같지만 실제는 대부분 카메라 (혹은 캠코더) 조작에 관한 것이거나 포토샵 등 디지털 이미지를 다루는 기술에 대한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영상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카메라나 캠코더에 대한 책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이렇게 조작하면 이런 이미지가 만들어진다’라고 하는 기계 조작의 결과에 대한 얘기입니다. 이상합니다. 사진을 찍고자할때 정작 필요한 것은 어떤 대상을 본 나의 느낌이나 생각을 사진 이미지로 드러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가 하는 점 입니다. 그런데 기계 조작을 강조하는 접근은 ‘이미지 만들기’만 따로 남아있고 이미지와 ‘생각, 느낌’과의 연결이 빠져있는 것입니다 .
간단히 ‘마음’과 ‘기술’ 두가지 길이 있는 듯 합니다. 혼란스러웠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마음’과 ‘기술’ 두 갈래길에서 길을 잃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접근해야하는 걸까요?
영상도 언어다.
글쓰기를 배울때로 돌아가 봅시다. ‘가나다라마바사…’ 등을 반복해서 쓰고 큰 소리로 따라 읽기도 하면서 우리글의 체계를 배웁니다. 그리고 사물들의 이름과 꾸밈말 등을 배웁니다. 문장이 이루어지는 규칙을 배우며 그것을 이용해서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나서 고등학교까지는 점차 난이도를 높여가며 여러가지 글을 읽는 방법과 복잡하고 수준높은 생각들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전체 과정에서 초기에 주로 하는 것은 우리말의 체계를 터득하는 것과 어휘를 늘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울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어는 나름의 문법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적 말을 배우고 글쓰기를 배울때 그 문법 체계를 배웁니다. 그렇게 긴 시간 체득한 문법 체계를 통해 세상의 모든 책들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합니다. 의사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뉴스를 읽습니다.
그러나 영상을 배우려고 할때 우리는 나름의 문법이 있다는 것을 간과합니다. 아마도 자신이 본것처럼 ‘그런대로’ 찍히는 영상 이미지의 속성때문인 듯 합니다. 또한 영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기계 조작법을 반드시 배워야하는 것도 그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앞 포스팅에서 얘기한 것처럼 찍힌 것 같지만 실제로 상대방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당장 본인이 봐도 한 순간 어떤 대상을 보고 느꼈던 그 느낌이 전혀 묻어나지 않아 실망할때가 종종 있습니다.
Visual Literacy
Literacy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뜻 합니다. Visual Literacy는 영상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Visual Literacy라는 개념은 아직까지 미술이나 디자인 영역에서 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변화된 환경에 맞게 Media Literacy라는 개념도 등장했지요. Literacy라는 단어 앞에 Visual을 붙인 Visual Literacy라는 개념은 영상 이미지를 일종의 글로, 언어로 보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즉, 영상을 기호의 한가지로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상 이미지는 간단히 정리되는 문법 체계 이상의 것들이 표현되고 전달됩니다. 영상이 갖고 있는 강력한 힘은 여기에 내포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런면에서 영상 이미지를 기호체계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론적인 논의들도 있습니다. 엄정한 논리의 세계에서 그렇겠지만 실용의 세계에서는 영상 이미지를 문법 체계를 가진 기호로 보는 것은 영상 언어를 터득하는 단계에서 유용한 접근이 될 것입니다. 막연하게만 보던 영상 이미지를 영상 문법 하나 하나씩 떼어내서 살펴보다 보면 어느 정도의 영상 읽기/쓰기 능력이 생길 것입니다. 그렇게 쌓여간다면 어느 순간 도식적으로 뜯어보던 이미지들의 합 이상의 힘을 갖는 강력한 영상 이미지를 쓸 수 있고, 영상이미지에 숨겨진 의미들도 쉽게 읽어낼 수 있게 될 것 입니다.
* 다음편에 ‘완전’ 제 나름대로 정리한 Visual Literacy 체계에 대한 소개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