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들어왔다면 아마 OSMU라는 말이 무엇의 약자인지 알 것이다. 94년 즈음인걸로 기억하는데, 어느 강의에서 ‘컨텐츠’, ‘원소스멀티유즈’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시간이 지나서 최근. 아는 사무실에 놓인 기획안들을 호기심에 들춰보다보면 OSMU라는 말이 어김없이 들어가 있다. 그것도 One Source, Multi Use라고 풀어쓰는게 아니라 그냥 OSMU라고 쓰여 있다. 이게 무슨 보통명사가 되버린 듯 하다. 그만큼 업계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도 컨텐츠에 대한 논의가 퍼진것 같은데 사실 이런 상황, 좀 웃기다. 뭐냐면 OSMU라는 말을 쓸때 강조되는 것은 MU쪽이다. 그래서 OSMU라는 말을 쓰는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어떨까? OS? 별로 신경안쓴다.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등 컨텐츠 관련 회사 중에 돈을 좀 쥐고 흔드는 곳 중은 좋은 원소스를 개발하는데 별로 공을 안들인다. 영화 투자사는 제작사에 기획개발비 항목이 빠진 것이 이미 옛날이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올해 지원사업은 ‘될만한 영화에 밀어준다’는 소릴 들었다. 방송국에서는 단막극을 없앤지 오래다. 그리고 대부분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컨텐츠 지원사업도 어느 정도 갖춰진 원소스를 밀어주는 경향이 강하다. 얼마나 그런데 모두 다 MU만 신경쓰면 누가 OS를 만들지? OS도 없는데 뭘로 MU하지? 생계를 위해 부업을 할 수 밖에 없는 배고픈 작가들 혼자서? 작업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고료에도 만족해야하는 만화가들이? 에이, 다들 너무 많은 걸 바라신다.
이번주에 리모콘의 채널 버튼을 아래위로 누르다가 또 OSMU라는 말을 들어서 하는 얘기다. SBS에서 특집다큐라며 <이야기의 재발견>을 방영했다. 역시나 많은 부분 멀티유즈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원소스 개발에 관해서는 드라마 작가분이 단막극 코너를 살려야 된다는 인터뷰 정도였다. 그리고 마지막을 이야기 창작 특별활동을 하는 아이들 모습으로 마무리 지었는데 이건 뭐… 원소스가 거기서 나온다는 인식인지… 아무튼 참 뜬금없었다.
그리고 뽀로로를 만든 최종일씨도 소개되었다. 찾아보니, <성공의 비밀>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지금 여기저기서 성공 사례라고 얘기하지만 과연 뽀로로 개발 초창기, 혹은 그 이전에 누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주었을까?
컨텐츠 산업이니 뭐니 문화 컨텐츠 관련 학과들도 생기고 논의가 다양한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지원되는 부분이나 업계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판은 뭔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이런 상황.
어려울때 도와준 친구는 평생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흔히 이런 얘기도 한다. 힘겹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아주 좋은 원소스를 만든 창작자가 있다고 치자. 그때 멀티유즈를 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들은 많다. 성공하고나서 혹은 될 것 같은 상황이되어서 그제서야 친한 척하는 친구들, 참 얄밉지 않은가? 마치 성공한 친구 찾아오는, 잘 알지도 못하는 동창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