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소 기술적인 부분으로 넘어갑니다. 실재의 대상이 카메라의 기기적 특성에 따라서 어떻게 다른 이미지로 만들어지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소들로 렌즈, 셔터스피드, 조리개, 감도 등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서점의 사진 섹션에 꽂힌 많은 책들이 이런 것들의 기계적인 조작법을 다루고 있죠. 온라인 상의 사진 동호회나 블로그 등에서도 주로 이야기되어 집니다. ‘기계’에 대한 이야기는 그 글들을 참조하시고 여기에서는 ‘사진(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렌즈에 대해 먼저 설명하겠습니다.
렌즈는 크게 광각 계열과 망원렌즈 계열로 나눌 수 있고 그 중간쯤에 표준렌즈가 있습니다. 우리가 눈을 움직이지 않고 분명히 볼 수 있는 시야의 범위를 갖는 50mm 전후의 렌즈를 표준렌즈라고 하는데 이미지로 표현되는 원근감 등이 우리의 시각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를 기준으로 35mm, 28mm 등은 광각렌즈, 80mm, 135mm, 200mm 렌즈 등은 망원렌즈에 속합니다.(35mm 필름카메라 기준) 광각렌즈는 한눈에 들어오는 시야의 범위가 넓고 망원렌즈는 시야범위가 좁으면서 멀리있는 것들이 가까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멀리 있는것을 ‘당겨찍기’위해 망원렌즈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것 뿐 일까요?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쪽으로 더 다가가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원하는 화면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굳이 비싼 망원렌즈를 살 필요는 없을까요? 그럼 렌즈 선택에서 고려해야할 것은 무엇일까요?
렌즈에 따라 달라지는 조형적 특성을 한번 살펴보면 답이 나옵니다. .
광각렌즈는 3차원의 피사체를 평면에 담을때 실제보다 공간감이 더 커지게 됩니다. 가까이 보이는 것이 실제보다 더 떨어져있는 것처럼 보이고 길이도 실제보다 더 길어보입니다. 반대로 망원렌즈는 실제 공간보다 더 압축되어 표현됩니다. 렌즈의 선택은 이 차이를 표현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우선 우리는 공간감을 표현할때 렌즈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넓다거나 좁다거나 하는) 부동산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에 집을 내놓으려고 한다면 광각렌즈를 선택해야 합니다. 실제보다 훨~씬 더 넓어보여야 하니까요. 아파트 광고, 인테리어광고 등을 보면 대부분 광각렌즈를 사용한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보다 더 좁아보여야 하는 상황은 어떨까요? 영화<패닉룸>과 같이 갖힌 공간에서 있는 주인공의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광각렌즈의 사용을 자제하고 망원계열 렌즈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자, 이런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어떤 행사를 열었는데 사람들이 ‘발디딜틈없이’ 많이 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보통 행사에 ‘사람들이 많이 왔다’를 보여주려고 광각렌즈로 많은 사람들을 한 프레임에 담는게 ‘장땡’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잘못 표현되면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듬성듬성 있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습니다. 광각렌즈라 넓은 시야를 한 화면에 담을 수 있지만 사람들간의 거리도 멀어져 빼곡히 찬 느끼은 줄어들게 됩니다. 망원렌즈로 찍되 공간이 느껴지는 피사체들은 제외하고 사람들을 찍으면 어딘가에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모습이 더 강하게 표현될 수 있을 겁니다.
두번째로 운동감을 표현할때 렌즈를 달리 사용할 수 있습니다. 광각렌즈를 사용하면 공간도 실제보다 넓어보이고 피사체도 실제보다 더 커보이고 길어보인다고 했습니다. 주먹을 뻗어도 실제보다 더 힘이 있어보이고 한발짝 내딛더라도 더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액션씬이나 추격씬을 보면 주로 광각렌즈를 사용합니다.
반대로 망원렌즈를 사용하면 운동감은 적게 느껴집니다. 영화 <졸업>의 결말부분에서 주인공은 결혼식장을 향해 달려갑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결혼식을 막기위해서 입니다. 이 장면에서 망원렌즈가 사용됩니다. 주인공이 아무리 죽을 힘으로 달려도 별로 앞으로 나아간 느낌을 받지 못하게 되는 거죠. 예식장에 도착하고픈 마음은 너무나 간절한데 자신의 발걸음은 너무 더뎌서 답답하기만 한 주인공의 심리를 렌즈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간적인 거리감이 달라지는 것으로 정서적인 거리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싸인>의 다음 장면에서 광각렌즈를 사용하여 실제보다 공간이 더 넓어보이고 두 사람의 거리도 더 멀어보이게 만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소 과하게 표현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서 두 사람이 대립적인 관계에서 갈등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반대로 망원렌즈는 사람들 사이의 공간을 줄여서 실제보다 친밀한 느낌을 줄 수 있겠죠. 지난번에 샷에 따른 정서적인 거리감이 달라지는 것을 설명했었는데 이와 함께 렌즈도 적절히 선택하면 인물간의 정서적인 거리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렌즈의 선택에 따라 실제의 공간감이 다르게 표현됩니다. 광각은 더 넓게 망원은 더 좁게 표현됩니다. 렌즈 선택에 따른 이런 차이를 통해 공간감, 운동감, 정서적인 거리감 등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 렌즈의 선택에 따라 심도(촛점이 맞는 범위)를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지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조리개 이야기를 할때 함께 묶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