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텍스트가 있어서 몇가지 옮겨 적어 봅니다.
나 한 몸 먹고 살 정도에 돈을 벌고 넉넉하진 않더라도 모자라지 않게만 벌 수 있다면 일은 그걸로 된거 같애. 거기서 나의 자아를 실현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어. 이 세상에 재밌는 일이 있나? 요새 사실 그런걸 생각해보긴 했어. 부검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늦었잖아. 의대에 들어가야 되잖아.
-대학생
독립하고 싶다는 게 그런거지. 나도 그게 겁나는 거지. 고시하는 것도. 우리 사회에서 나이가 28살쯤되면 어느 정도 돼 있어야 되고 서른 살쯤되면 결혼을 해야 되고 서른 몇살땐 집을 가져서 애기도 낳아야 되고, 이런 사회에서의 그 압력이란게 있잖아. 정해진. 그거에 어느 정도 맞춰가야지. 무작정 나만 서른살 될때 고시할 수 있는건 아니고. 그런 걸 좀 맞춰가는거지. 좀 포기도 하고. 그런거지 내가 보기에는.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대학생
그러니까 자아 실현을 못했다고해서 현실이 적정한 타협점을 찾잖아? 근데 그걸 형은 순응하고 받아들이는거지. 그걸 자기가 실패라고 생각하면 그게 엄청난 스트레스고 – 엄청 불행해지잖아 –
요즘 더 치열해질때마다 점점 더 그게(자아실현을 하는 것이) 우월하다 그러니까 고귀한 가치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러니까 그런 활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고결한 가치고 그걸 지켜야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나름 우리처럼 고시를 한다거나 취직을 한다는 사람도 나름에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거지. 그래서 별 차이를 안느껴.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대학생
나는 그때 선택을 할때 마다 사실은 솔직히 말해서 내 의지 내가 하고 싶은 것 때문에 이 학교를 선택했어라고 결정했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서 보면 그랬던것만은 아닌거 같애. 다른 사람이 생각했을때 어떨까라는 게 가장 최우선인거 같애. 내가 이 학교를 선택했을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우리 엄마 아빠가 다른 사람들한테 무슨 얘기를 들을까? 그런 것들이 모두 다 내 결정을 이루고 있고, 지금 보면 그게 거의 90퍼센트 넘게 차지했었는데 그게 내 의지라고 착각하면서 지냈던 것 같은, 뭘 하고 살아야 될까라고 엄청많이 고민을 했었는데 그때에도 마찬가지야. 나는 공부를 더 하고 싶다 더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물론, 다른 사람들이 모두다 취업을 하고, 그게 좋다고 하고, 마치 내 나이에 스물다섯살의 나이에 그게 되게 바람직한 길로 여겨지는거 같애서 그래서 또 되게 말도 안되게, 아 나도 그럼 취업해볼까 원서를 써야되나? 그래서 막 찾아보고 준비하고 했었던 것도 있는거 같애. 다 연결되는 거지.
-카드사에 최종합격했으나 포기하고 대학원에 입학한 대학원생
다큐 <진로탐색의 이해(연세대 이주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