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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 08일

아름다운 얼굴이란 쉽고 빠르게 인지할 수 있는 얼굴이다

아름다운 얼굴은 시선을 끈다. 성인만이 아니다. 태어난지 며칠 되지 않는 아기도 아름다운 사람을 더 오래 쳐다본다고 한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얼굴에는 우리의 본성 같은 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여러 이론들을 종합해보면 평균적이고 대칭적인 얼굴이고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특징들(성적 이형 性的 異形)이 조금 더 강조될 때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이외에 얼굴의 미에 대해 문화적으로 학습된 요인들도 작용할 것이다. 평균적이고 대칭적인 얼굴에 대해서는 그것이 건강의 지표이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주로 설명한다. 그런데 ‘최적 인지 효율’ 관점에서 보면 평균적이고 대칭적이라는 것은 빠르게 인지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의 얼굴을 파악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아주 중요한 과제다. 그래서 인간은 얼굴 인식 모듈이 따로 있다고 할만큼 – 이 […]
2023년 08월 04일

미친듯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우리들

일단 이 영상을 보자. 이 영상을 보면서 머리 속으로 무슨 일이 있어 났는가? 사람인 이상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받아들인 것들을 바탕으로 자동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저 삼각형과 원이 무어라고 거기에 이야기를 짓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미친듯이 이야기를 지어낸다. 이야기를 지어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만 갖고는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는 건 아니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는 이상 나도 모르게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야말로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다. 감정도 만들어낸다. 큰삼각형에게 몰린 원을 보며 긴장과 불안을 같이 느낀다. 감정을 드러내는 얼굴 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불안감을 느낄 구체적인 사건이나 상황이 주어지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감정을 만들어낸다.  어떤 대상이든 의인화하고 감정이입하는 경향이 있다. 고작 삼각형과 원의 움직임에도 […]
2019년 10월 14일

소설 [최선의 삶] / 임솔아

소설 [최선의 삶]이 생각나는 하루다. 검사 놈들이나 조국 장관이나  각자가 궁리한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다. 생을 끝내기로 한 설리도. “더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 이게 우리의 최선이었다” 더 나아지기 위해 기꺼이 더 나빠지는 사람은 없다. 타인이 보기에는 바보같아도 각자의 삶을 헤쳐가는 그 각자들에게는 그나마 최선이다. 언제나 새로운 상황과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타인들. 삶에 능숙하지 않기에 선택은  언제나 차선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더 나아지기로 했던 의지가  그나마 우리를 버틸 수 있게 하고 각자를 의미있게 하므로 우리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그 의지의 선악이나 옳고 그름은 또 다시 혼돈의 영역에 두고, 그래서 그 행위자가 악당이냐 아니냐는 일단 덮어두고서라도 말이다. 소설 속 강이가 […]
2016년 06월 16일

전쟁의 기억 3

이번엔 실제 상황이다!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북한특수부대 애들이 잠수함을 타고 동해로 침투해 들어온 일이 있었다. 한바탕 난리가 났고 우리측 군인, 민간인 피해도 꽤 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 예비군으로 동원되어 동해(시) 지역에서 작전(?)에 참가했다.  휴학하고 알바를 하다가 잠시 일없이 지내던 때였던 것 같다. 잠수함 침투 소식이 들렸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연락이 왔다. 내려와야 된다고. 동사무소에서 K-2소총과 실탄을 받았다. 원통곽에 담긴 수류탄도 받았던 것 같다. 진도개 하나(일종의 국지전 상황)가 발령된 상태니 실탄지급은 당연했다. 그러나 동사무소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교나 직장 때문에 서울이나 다른 지방으로 나갔던 또래들이 모인 것이다. 그러니 소총을 받아든 예비군들은 삼삼오오 동네에서 […]
2016년 06월 07일

전쟁의 기억 1

물론 나는 베트남 참전용사가 아니다. 6.25를 겪은 세대도 아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전쟁 비스므리한 기억이 될 듯 하다. 3가지가 떠오르는데 기억을 잡아두기 위해 적어본다. 전방부대 있을때 일이다. 어느날 새벽 5~6시경에 데프콘2가 발령됐다. ‘비상! 비상!’ 외쳐대도 모두들 그냥 훈련 상황이겠거니 했다. 간혹 밤이나 새벽에 뜬금없이 훈련상황을 만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라는거다. 그리고 실탄을 나눠준다! 그제서야 다들 정신을 차렸다. 나는 그때 한 일병쯤 됐을때지만 병장들도 그때까지 실탄들고 훈련나가본 적이 없었다. 아마 지금도 일반 사병들은 사격할때 말고 실탄을 만져볼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탄창주머니 양쪽이니까 6탄창 180발(기억이 가물가물한데, 4~5탄창일수도…)을 받은 것이다. 수류탄은 개인에게 주지는 않았고 소대 단위로 박스에 준 것 같다. 데프콘2는 한마디로 […]
2015년 02월 08일

흔들리는 마음, 흔들리는 카메라 – 핸드헬드

흔히 가정에서 찍은 홈비디오를 보면 흔들림이 심해서 오랫동안 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 촬영을 하는 사람에게 하는 첫번째 조언은 “가능하면 삼각대를 사용하고 카메라를 들고 찍어야되면 되도록 흔들리지 않게 찍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반적인 경우에 카메라(화면)은 되도록 흔들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편안하게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찍을때는 못느끼지만 재생이 될때에는 사각형의 좁은 프레임안에서 흔들림의 정도가 더욱 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든 드라마든 뉴스든 대부분은 흔들리지 않는 고정된 프레임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간혹 손으로 들고 찍어서 흔들림이 보이는 영상들도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데모찌’라는 일본식 표현으로도 쓰는, ‘핸드헬드’ 방식으로 촬영된 것입니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찍거나 흔들림을 조금 줄이기 위해 어깨에 걸치고 […]
2014년 03월 14일

스마트폰에 케이스를 씌우는 행위에 대하여

새로 산 스마트폰의 박스를 열때를 기억하는가? 혹 박스가 지저분해질까 커터칼로 봉인스티커를 살며시 잘라낸다. 박스를 열면 고이 모셔진 스마트폰이 모습을 드러낸다. 누구의 손길도 닿지않았으며 자신이 첫번째 손길이라는 생각에 작은 두근거림이 생긴다. 몇개의 보호용 비닐을 떼어내고 흠집하나 없는 매끈한 스마트폰을 손에 쥔다. 그래, 이게 내가 며칠째 웹서핑을 하며 고민한 바로 그 물건이지. 눈부시게 빛나는 화면, 섹시한 뒤태, 설레임 가득한 터치 진동, 숨막힐것 같은 모서리 곡선! 이 물건을 손에 쥐고 있다면 몇달간의 궁핍한 삶은 충분히 참을 수 있으리라. 잠시후, 당신은 아마도 그 스마트폰에 액정보호필름을 붙이고 케이스를 씌을 것이다. 왜?! 그토록 바라던 것을 손에 쥐었는데, 얼마나 섹시한 물건인데, 해괴망칙한 것들로 뒤덮는가? 한번 생각해보자. 액정보호필름은 […]
2013년 02월 14일

조리개: 딥포커스, 문맥이 풍부한 이미지

조리개의 조작을 통해 촛점이 맞는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말그대로, 보는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촛점’을 두어야 할 곳과 그 범위를 지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눈의 일상적인 시각 경험은 딥포커스(deep focus: 촛점이 맞는 범위가 아주 깊은) 상태입니다. 대신 우리는 선택적으로 시각 정보를 읽어서 보고자하는 것, 중요한 것들을 먼저 받아들이게 됩니다. 조리개는 실재의 세계를 이미지로 담을 때 선별적인 조작을 가능케하는 아주 매력적인 장치입니다. 적절한 조리개 조작을 통해 이미지에 담을 것을 취사선택하고 시각적인 중요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심도를 너무 얕게하면 당연히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때로는 주된 피사체를 둘러싼 많은 정보들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느 곳인지, 언제인지,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