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읽기/쓰기

2024년 01월 01일

이야기를 쫓아가게 만드는 미스터리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대부분 잘 읽힌다. 일부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흥미진진하다. 소설 공장이다 싶을 정도로 작품을 끊임없이 내놓는데도 여전히 잘팔리는 그 만의 비결? 뭘까? ‘미스터리’가 그 해답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범죄물이 아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나 <삼나무의 파수꾼> 같은 작품도 해결되지 않은 수수께끼를 던져놓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아마도 그래서, 궁금증을 가지고 소설을 계속 읽게 만든다. 궁금증, 그러니까 설명이 안되는 불확실한 부분을 반드시 메꿔야 하는 뇌의 작동 기제가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한가지 동력이 될 것이다.그래서인지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 이후로 이런 미스터리함을  멜로물에서도 극적 장치로 종종 사용된다. 범죄물이나 스릴러물이 아닌데도 말이다. 한쪽에서 알콩달콩 사랑하는데 주변에선 살인 사건이 […]
2023년 10월 27일

슬릭백 원리도 결국 인지 효율성 때문

요즘 인스타그램 피드에 지겹게 뜨는 장안의 화제, 슬릭백. 지난 글을 쓰면서 보니 슬릭백 춤이 공중부양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인 것 같다. “뇌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예측기계다” 프레임 단위로 보면 한 발이 땅에 분명히 닿는게 보이지만 연속해서 보면 공중에 떠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략 시각 인지의 관점에서 추론해보면 이렇다. 발을 내딛는 동작은 되도록 크게, 빠르게 한다. >  움직임 때문에 시선이 주목되고,  뇌가 내딛는 발을 주된 시각 영역으로 판단하게 되면서 그 발이 떠있다는 정보가 우선하게 된다.  (움직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다.) 내딛는 동작 이후에는 다리 전체는 고정하면서 이동 방향으로 밀어주다가 살짝 발을 내딛게 한다. > 다리는 움직임이 없이 그대로 이동 방향을 […]
2023년 10월 24일

영상을 볼 때 튄다는 느낌은 왜

편집된 영상을 볼때 ‘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대개는 연속된 동작이나 상황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된 중간 부분을 잘라내서 일정시간 ‘점프’한 경우이거나  갑자기 연결성이 없는 영상이 이어지는  경우다. 왜 이런 느낌이 들까? ‘뇌는 예측기계다’라는 관점으로 보면 ‘튄다’는 느낌은 뇌의 예측 실패에서 오는 일시적인 혼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적인 시각 경험을 생각해보면 대개의 경우는 연속성을 갖는다. 나를 둘러싼 풍경들은 시선을 돌리는 것에 따라 이어져 있고 사람이나 자동차는 가던 방향대로 간다. 그런데 영상은 다른 시간과 상황의 것들을 임의로 이어붙였기 때문에 튀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 뛰어가는 장면을 장면을 보자.  앞 장면에서는 화면 상으로는 오른쪽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뇌는 미리 이 사람이 […]
2023년 09월 08일

아름다운 얼굴이란 쉽고 빠르게 인지할 수 있는 얼굴이다

아름다운 얼굴은 시선을 끈다. 성인만이 아니다. 태어난지 며칠 되지 않는 아기도 아름다운 사람을 더 오래 쳐다본다고 한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얼굴에는 우리의 본성 같은 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여러 이론들을 종합해보면 평균적이고 대칭적인 얼굴이고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특징들(성적 이형 性的 異形)이 조금 더 강조될 때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이외에 얼굴의 미에 대해 문화적으로 학습된 요인들도 작용할 것이다. 평균적이고 대칭적인 얼굴에 대해서는 그것이 건강의 지표이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주로 설명한다. 그런데 ‘최적 인지 효율’ 관점에서 보면 평균적이고 대칭적이라는 것은 빠르게 인지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의 얼굴을 파악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아주 중요한 과제다. 그래서 인간은 얼굴 인식 모듈이 따로 있다고 할만큼 – 이 […]
2023년 09월 07일

아름답다는 것은 최적의 인지 효율을 지녔다는 것이다

길가던 중 광고물 속 멋진 사진에 시선을 빼앗길 때가 있다.  ‘아름답다! 멋지다!라는 느낌’이다.  ‘아름답다’는 그 느낌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어떤 대상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인지할 때 나타난다.  즉, 아름답다는 것은  가장 효율적으로 인지될 수 있는 특성을 지녔다는 의미이다.  신경미학에서 이를 ‘정보처리의 유창성(fluency)’으로 표현하는데, 실용적인 맥락에서 ‘최적 인지 효율성’으로 부를 수 있을 듯 싶다. 미(美), 아름다움을 이루는 것으로 균형, 대칭과 같은 조형적 요인이라던가 성적 선호와 같은 진화심리학적 요인 등 몇가지 개별적인 요소들을 든다.  그런데 우리가 미적 대상을 접할때 우리는 ‘아름답다! 멋지다!’는 느낌을 지속하고 그 과정 중에 그 대상이 지닌 여러 아름다움의 요소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즉, 미감이 미의 토대인 셈이다. 이걸 생각한다며 개별적인 미의 […]
2023년 07월 20일

감정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배우의 감정연기는?

우리 얼굴에 어떤 표정을 인위적으로 만들면 그 표정과 관련된 감정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안면 피드백 가설) ‘하하하’ 소리내어 웃으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웃음치료가 이 이론의 적용사례일 것이다. 배우의 연기술과 연결해보면,  배우의 내재적인 감정이 얼굴의 근육을 움직여 표정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 반대, 즉 의도적으로 얼굴 근육을 움직여 표정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다른 이론에서는,  감정은 뇌의 특정 부분이나 얼굴의 표정 같은 것들이 일대일로 대응하여 촉발되거나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뇌 안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외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련해서, 신체 감각이 의미하는 바를 우리의 뇌가 구성해 낸 것이 바로 감정이라는 것이다. (구성된 감정이론) 이 […]
2023년 06월 19일

요즘 드라마 영화보면 대사가 너무 안들려

“요즘 드라마 보다보면 대사가 너무 안들린다”는 얘길 한다. 예전에 브라운관TV시절에 비해 기술적인 조건은 훨씬 좋아졌을텐데 어찌된 일일까? ‘ 한번 둘러봐야겠다. 일단,  우리는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다.’ 사람의 인지구조 자체가 그렇게 생겨 먹었다. 아래 예시처럼 뒤죽박죽된 글자들도 찰떡같이 무슨 말인지 안다. Aoccdrnig to a rseearch taem at Cmabrigde Uinervtisy, it deosn’t mttaer in waht oredr the ltteers in a wrod are, the olny iprmoatnt tihng is taht the frist and lsat ltteer be in the rghit pclae. The rset can be a taotl mses and you can sitll raed it wouthit a porbelm. Tihs is bcuseae the huamn mnid […]
2015년 02월 08일

흔들리는 마음, 흔들리는 카메라 – 핸드헬드

흔히 가정에서 찍은 홈비디오를 보면 흔들림이 심해서 오랫동안 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 촬영을 하는 사람에게 하는 첫번째 조언은 “가능하면 삼각대를 사용하고 카메라를 들고 찍어야되면 되도록 흔들리지 않게 찍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반적인 경우에 카메라(화면)은 되도록 흔들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편안하게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찍을때는 못느끼지만 재생이 될때에는 사각형의 좁은 프레임안에서 흔들림의 정도가 더욱 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든 드라마든 뉴스든 대부분은 흔들리지 않는 고정된 프레임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간혹 손으로 들고 찍어서 흔들림이 보이는 영상들도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데모찌’라는 일본식 표현으로도 쓰는, ‘핸드헬드’ 방식으로 촬영된 것입니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찍거나 흔들림을 조금 줄이기 위해 어깨에 걸치고 […]
2014년 05월 23일

박원순 서울시장 지방선거 포스터 읽기

박원순 서울시장 지방선거 포스터에 대해 말들이 많다.  공식선거기간이 시작되어서 며칠전부터 트위터에 돌던 포스터와 비슷한 포스터가 공식 포스터로 붙어있는 걸 봤다. 설마 이걸 사용할까 했는데 붙어있어서 흠칫 놀랐다.  비판적인 의견에 동의하는 편인데 좀 구체적으로 읽기를 해본다. 선거벽보에 사용된 포스터가 대상이다. 나름의 이미지 읽기 방법에 대해 한번 정리를 해볼 생각이었는데 여기서 간단히 그 방법대로 적어본다. 첫번째는 한번에 쓱- 훑어보기. 전체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중요한 건 ‘첫 느낌’이다. 처음 보았을때 드는 느낌들을 단어 – 형용사던, 명사던 -들을 적어본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재빠르게 체크해봐야하는 것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무엇이었냐 하는 점과 그 다음 어떤 것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느냐는 점이다. 첫느낌: 차분함, 어두움, 흑백, […]